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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간신열전 본문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스낵 역사다.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시간을 훑으며 이름난 간신들을 탈탈 털어냈다. 대한민국의 의무교육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서경천도의 주인공 묘청, 고려말의 신돈, 정조의 남자 홍국영, 영애를 꼭두각시로 삼은 최순실, 망국의 주범 이완용,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불이 번지는 사람도, 왜 이 이 자는 간신이 되었나 곰곰이 들여다보게 되는 사람도 있다.
작가는 간신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눈다.
첫째, 이른바 '왕의 남자'로 일컬어지는 측근형이다. 정조의 남자 홍국영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측근으로 시작한 이들이 왕권을 넘볼 정도로 권세를 부리는 교만형이다. 이자겸과 한명회 같은 이들이 여기에 속하며 대개 왕위 찬탈을 도와 공신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셋째, 역사의 희생양이 된 논란형이다. 결국 승자의 기록이 될 수밖에 없는 역사이기에 시대의 정신과 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과 재해석이 난무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논란의 여지는 많으나 박정희 시대에 이순신을 우상화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악역을 맡은 원균이나 개혁에 실패하여 수구의 먹잇감이 된 고려말의 신돈 등이 여기에 속한다.
넷째, 인생의 모든 기준이 '대세'에 맞춰져 있는 박쥐형이다. 나의 부귀영화보다 중요한 건 없다. 오로지 대세를 따라 생존을 도모한다.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이 일제의 주권 침탈 이후에도 고종과 친밀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는 왕실에서도 이완용의 행동이 어느 정도 불가피했다는 인식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고종은 이완용을 조선과 일제의 다툼 사이에서 합리적 중재를 제시하는 인물로 간주한 것 같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행위를 합리화하는 인물들이 결국 역사에는 어떻게 기록되는가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일 것이다.
각자의 행동과 목표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간신이 등장하는 때는 대부분 역사의 격동기라는 걸 알 수 있다. 요동치는 정세를 이용해 권력을 거머쥔 뒤 국력을 갉아 축적한 뒤 수구의 담 너머에 쌓은 사람들. 간신에게 위기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던 셈이다.
결국에는 리더의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강력한 왕권을 지켜냈다면, 다양한 목표와 생각을 가진 신하들 사이를 오가며 힘의 균형을 유지했다면, 간신이 파고들 권력의 공백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를 현대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오매불망 강력한 리더의 강림을 기원하는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리더가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국가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그 방향과 일치하는 이들을 대표자로 내세워야 한다. 잘 좀 해보라고 뽑은 놈들이 개판을 쳤다며 가슴을 치는 사람은, 어릴 적부터 믿고 의지했던 최순실이 일을 이지경으로 만들어놨다며 눈물을 흘리는 영애와 같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무능력한 리더가 간신을 만드는 게 아니라, 무관심한 시민이 간신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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