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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심리학 본문
인간의 본성이 선한가 악한가 하는 문제는 철학사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맹자는 우물에 빠지는 아이를 그냥 두고 보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근거로 성선설을 주장했다. 그런 본능적인 행동은 확실히 교육이나 문명화의 산물은 아닌 것 같다. 한편 인간이 저지르는 온갖 악행들을 보고 있으면 그 주장의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깨닫게 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철학은 성무성악설을 내놨다. 사람은 애초에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교육과 환경에 의해 선할 수도 악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비론의 문제는 명쾌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건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두 가지가 혼재된 존재 양태를 목격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자역학이 난해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뇌는 어떤 존재가 A이면서 동시에 B인 상태를 인지하기 어렵다. 눈으로 목격하는 세계는 대개 A이거나 B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성무성악설쪽에 가깝다. 무언가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그 단어를 '함께' 혹은 '모두'로 바꿔보자. 여기에 '정도'를 추가하면 훨씬 쉽다. 인간은 어떤 조건에 따라 스위치를 바꿔 순식간에 선과 악으로 돌변하는 게 아니라 선 30 악 70처럼 경향성을 지닌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견물생심을 예로 들면 선 30, 악 70의 경향성을 지닌 사람은 '견물'을 했을 때 '생심'을 하게 될 확률이 70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유혹의 상황을 줄여 자신의 행동을 통제해야 한다. 나는 이 경향성이 교육과 환경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수치가 태어날 때 50대 50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기질에 따라 20대 80, 혹은 60대 40으로 정해진다고 믿는다.
이런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사상 논쟁을 왜 하나 싶겠지만, 이 본성의 문제는 누가 권력을 쥐느냐는 질문과 만났을 때 아주 중요해진다. 악마의 재림이라고 해도 충분치 않은 인류사 최악의 권력자들을 떠올려보자. 애초에 악한 사람이 권력을 추구하는 거라면 악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기른 뒤 민주적 절차를 확립해 그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 권력이 인간을 부패시키는 거라면? 당연히 우리는 권력을 분해해 그 자체를 재구성해야 한다.
<권력의 심리학>은 크게 네 가지 질문을 통해 이 문제를 파헤친다.(p.23)
첫째, 더 악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어 있는가?
둘째, 권력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가?
셋째, 왜 우리는 우리를 통제할 권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이 우리를 통제하게 놔두는가?
넷째, 부패하지 않을 사람에게 권력을 주고 그 권력을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심오한 질문들과 함께 이 책은 재미있고 유용한 정보도 많이 제공한다. 어떤 집단에서 리더가 되는 것만으로 뇌 내 도파민 수용체의 수가 달라진다는 걸 알고 있었는가? 어깨뽕이란 단순한 태도의 변화가 아니라 호르몬에 따른 생물학적 변화인 것이다. 또 급속한 사회의 변화와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뇌의 진화가 우리에게 얼마나 나쁜 선택을 강요하는지도 알게 된다. 우리가 합리적이라 믿는 그 수많은 선택의 근거가 사실은 벌거벗은 몸으로 매머드를 잡으러 뛰어다니던 시절에 형성된 기준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황당과 민망이 파도처럼 밀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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