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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본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를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난다. 듣도 보도 못한 이 드라마를 주저 없이 선택했던 이유는 이 작품을 만든 게 <화려한 일족>의 제작진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지지 않는다는 문법을 정면으로 돌파한 이 드라마는 취저를 넘어 큰 감동을 주었다. 주연 배우 기무라 타쿠야가 박수를 칠 때마다 등장하는 황금 잉어씬을 제외하면 정말 나무랄 데 없는 이야기였다.
<한자와 나오키>는 과연 기대한 대로였다. 구성은 짜임새가 있었고 일본 연기 특유의 과잉 감정이 없어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치밀한 논리와 코뿔소 같은 저돌성, 곰 같은 끈기로 난관을 헤쳐나가는 한자와의 캐릭터에는 답답한 마음을 폭우처럼 쓸어버리는 시원함이 있었다. 다소 뻔한 이야기임에도 완주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러한 장점들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 원작 소설의 한자와는 달랐다. 뭐랄까, 상대가 너무 약하달까? 논리의 허점을 잡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한자와의 공격력은 그럭저럭 봐줄 만했지만 적들이 받아치는 힘은 눈에 띄게 약해 긴장감이 생기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그냥 한자와의 먹잇감 아닌가. 이마에 나는 악당입니다라고 써붙인 인물들이 유치원생도 속지 않을 것 같은 논리로 도쿄중앙은행 오사카 지점 대부계의 에이스를 이길 생각을 하다니, 야무지다 못해 맹랑한 꿈은 오히려 한자와의 캐릭터를 두드려 펴 평범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있었다.
세상엔 원작보다 뛰어난 드라마나 영화가 종종 태어난다. 사실 이 말은 원작이 별로라는 게 아니라 원작의 가치를 훌륭하게 보존했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한자와 나오키>에서 만큼은 예외를 인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은 확실히 드라마보다 못하다. 솔직히 말해 일본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다. 선악의 명쾌한 구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인물들, 단순한 이야기 전개는 복잡한 세상살이에 잠시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을 바라는 독자들에게는 갈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 애초에 그런 바람 자체가 잘못된 거 아니냐고 한다면, 흠,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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