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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불꽃_죽여 마땅한 인간은 존재하는가?

WiredHusky 2018. 4. 15. 10:27





세상엔 정말 죽여 마땅한 사람이 있는 걸까? 인면수심의 성범죄자, 국가 반역자, 인육을 유통하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심정적으로는 이들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인권이란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인데, 이들은 이미 인간이 아니지 않은가? 이 경우 우리는 살인이라는 말 대신 폐기처분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 우리가 없앤 대상은 사회적 암, 혹은 이 세상을 더럽히는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우리의 생각은 확고하다. 인간이 아닌 개체를 폐기처분하는데선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됐지만 곧이어 따라오는 두 번째 질문에 우리는 미간을 찌푸릴 수 밖에 없다. 누가 인간이고, 누가 인간이 아닌지를 어떻게 구별하지? 인육을 유통한 연쇄살인마가 법정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진심어린 참회를 한다. 반성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건데, 그렇다면 이 자를 다시 인간으로 인정해줘야 하는걸까? 좀 더 까다로운 문제. 대한민국에 강력한 지도자가 나타나 핵무기를 만들고 항공모함과 잠수함, 전투기를 사들여 어마어마한 국방력을 갖췄다. 그는 이를 이용해 주변 국가와 전쟁을 벌였고 모두 승리하여 과거 배달국의 영토를 모두 수복, 대한민국에 유례 없는 번영과 발전을 이뤄냈다고 하자. 이 과정에서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수만 명의 민간인이 열폭풍에 타 죽었다. 이 지도자는 영웅일까, 아니면 사이코패스 살인마일까? 당신이 재판관이라면 이 사람을 법정에 올려 사형을 언도할 수 있을까?


인간이 아닌 것들은 죽여 마땅하다고 목 놓아 외치는 사람이라도 그 기준을 판별하는 순간에는 술 취한 사람처럼 갈지자로 걷게 된다. 설령 그 기준을 완벽히 따질 수 있다하더라도 우리에게 정말 다른 생명을 죽일 권리가 있는지 따져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지구 역사상 수만 명의 사람을 죽인 독뱀, 상어, 악어, 사자, 호랑이를 모두 죽이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엄청나게 반발할 것이다. 그 동물들이 사람을 해치는 건 그들의 본성이니까, 우리는 그들과 공존하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싸이코패스 살인마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들은 살인 욕구를 본성으로 타고났다. 영역에 침범한 다른 동물의 냄새에 공격 신호가 빛을 발하는 맹수처럼. 동물들과 공존하며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싸이코패스와도 공존하며 살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죄와 벌>을 연상시키는 이 질문이 바로 <푸른 불꽃>의 핵심 주제다. 올해 17살이 된 고등학생 슈이치는 자신의 엄마와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뻔뻔한 범죄자 한 명을 죽이기로 마음 먹는다. 독자들은 그 범죄자의 행태를 보는 순간 죽여 마땅한 자라고 확신할 것이다. 그렇다면 슈이치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 그것은 모두 무죄. 우리는 이 영웅을 사랑해야만 한다.


하지만 슈이치의 결심은 이리저리 어두운 골목을 헤매다 결국 미궁 속으로 빠져버린다. 어쩌면 사람을 죽인다는 생각은 도미노와 같은 걸지도 모른다. 정의로운 살인으로 시작된 첫 번째 도미노의 붕괴는 쓰러지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빨라지는 속도에 곤란을 겪는다. 살인은 결코 돌이킬 수 없다. 나중에 가서야 잘못 생각했군, 하며 어깨를 으쓱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군가는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구더기가 세상의 모든 장맛을 망치고 사람까지 집어 삼키려 한다면, 구더기를 무서워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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