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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로드_더블 제이의 미스테리 소설

WiredHusky 2018. 8. 12. 11:53





이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 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서스펜스니 미스터리니 하는 '장르'를 염두에 두고 쓰지 않는다. 오직 캐릭터, 배경, 플롯을 아름답게 직조하여 독자가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싶은 소설'을 쓸 뿐이다."


이 자신감이 다소 모호한 장르를 만들어낸 것 같다. 10부작 짜리 미드로 보면 <벤트로드>는 9화까지 변죽만 울리다 10화에 이르러 결국 끓지 못하고 식어버린 찻물 같다. 문장과 인물, 배경 그리고 이들을 엮어 넣는 솜씨가 대단함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싶은 마음'에 심각한 피로감을 만들어낸다. 소설 내내 착 가라앉은 이야기를 의미심장하게 펼쳐놓고도 이토록 흥미롭지 않은 소설을 읽은 건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다.


과거에 한 소녀가 죽었고 가족은 그 비밀을 공유한다. 각자 그 비밀을 품은 채 떨어져 살았으면 좋으련만 소설은 그 평화를 용납치 않는다. 캔자스의 한 시골 마을, 가족은 다시 한 곳에 모인다. 가족을 파멸시킬 불씨에 기름을 부은건 주인공 아서가 고향에 돌아오자마자 벌어진 한 금발 소녀의 실종 사건이다. 아서의 아내는 이사하는 날 밤 마을의 한 진입로, 벤트로드라 불리는 급격한 커브길에서 뭔가를 치고만다. 차에서 내려 살펴보지만 아무 것도 없다. 사라진 것인가? 애초에 치지 않은 것인가. 엄마의 차에 타고 있던 대니얼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변태 성욕자 잭 마이어에 대해 듣는다. 최근 근처의 교도소에서 탈출한 정신병자. 잭 마이어는 얼굴이 칠흑같이 까매서 밤에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도주 중인 범죄자라면 반드시 연못이 있는 벤트로드에서 목을 축일 것이라는 아이들의 말.


사라진 금발 소녀와 잭 마이어의 탈옥, 벤트로드에서의 의심쩍은 사고, 그리고 수십년 전에 죽은 가족. 사라진 소녀와 수십년 전에 죽은 가족을 하나로 엮는건 '금발의 어린 소녀'다. 흉흉한 소문들 사이에서 아서의 딸 에비의 금발이 눈에 띈다. 에비는 오래전에 죽은 가족 '이브'의 얼굴과 똑 닮아 있다. 에비는 죽은 고모의(이브) 오래전 드레스들을 입고 캔자스의 들판을 뛰어다닌다.


만약 이 소설이 드라마로 나왔다면 소설 보다는 흥미로웠을지 모른다. 여기저기 걸쳐 놓은 것들이 워낙에 많아 예고편 만큼은 끝내줬을 것이다. J. J. 에이브람스의 드라마처럼. 곳곳에 숨겨 놓은 떡밥은 매 에피소드가 끝날때마다 의미심장하게 드러나며 마우스 위에 올려 놓은 검지를 기어이 다음 에피소드 보기로 이끌었을 것이다. 변죽만 울릴 뿐 도무지 깊어지지 않는 이야기에 투덜투덜대면서도. 이번에는 정말 진상이 드러날 거라는 믿음과 함께.


박력있는 도입부에 눈이 멀었지만 다시 눈을 뜨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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