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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삼국지와 초한지로 '천지를 먹다'

WiredHusky 2010. 8. 16. 22:40



옛날 옛적에 진'시황'(始皇)이라 불리운 사내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최초의 황제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단한 자신감이었지만 한편으론 '그럴만도 했겠군'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느 구석이 있습니다.  

진시황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 온갖 영웅과 사건이 범람했던 난세를 쓸어내고 '진(秦)' 나라라는 통일 왕국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절대 권력을 소유한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이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너무나 많은 것을 바랐기 때문일까요? 불로는 커녕 장생도 못했습니다.  

황제가 장생을 못하자 나라의 수명도 길지 못했습니다. 15년 남짓, 통일 왕국의 대업은 아침 이슬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진나라가 망하면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것이 바로 '항우와 유방'입니다. '패왕', '사면초가', '배수진' 따위의 핫 키워드들이 바로 이 시대의 특산품 입니다. 알다시피 이 싸움의 승리자는 유방이었습니다. 유방은 '패왕 항우'를 덕과 지혜로 맞섰고 결국 한(漢) 나라 400년 역사의 주춧돌을 세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초한지'의 이야기 입니다.

'무릇 천하의 대세는 나누어진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 오래면 나누어지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400년 동안 이어져온  한(漢) 나라의 배가 터지면서 숨죽이고 있던 수 많은 영웅들이 뛰쳐 나왔습니다.

처음 배를 가른 것은 동탁과 여포 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역사의 소용돌이, 그 문 앞까지만 인도하는 가이드였을 뿐 입니다. 주인공은 조조, 유비, 손권. 천하는 위, 촉, 오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새로운 진(晉) 나라에 앞에 무릎을 꿇고 맙니다. 이것이 바로 '삼국지'의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초한지와 삼국지를 읽는 것은 한(漢) 나라의 시작과 끝을 보는 일입니다. 그것은 역사의 하이라이트만을 모아 보는 것이며 인간사 흥망성쇠를 두루 깨닫는 것입니다. 벚꽃이 만발했다 덧 없이 낙화하는 봄날. 깜깜한 역사의 터널 속에서 명멸했던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이 보다 더 어울리는 일이 있겠습니까? 

[초한지와 삼국지 책 소개]
초한지는 만화와 소설이 있습니다. 선택이야 본인의 취향에 따르는 것이지만 저는 소설을 먼저 만화를 나중에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무래도 만화는 허구와 사실을 가르는 경계선이 가장 희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역사의 진위에 대한 논쟁은 그것이 설령 정사라 하더라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물며 소설은 어떻겠습니까? 따라서 이 말은 소설이 으뜸, 만화가 둘째라는 가치 판단이 아닙니다.  

단감을 먹고 나면 사과의 맛은 밍밍해진다는 얘기였습니다.

1. 이문열의 초한지

이문열이란 이름은 그 자체가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이 사람의 소설은 대부분 재미있지만, '오랫동안 자신의 소설을 쓰지 않는 작가를 믿어줘선 안된다'라는 것이 저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우리가 자꾸 그의 '평역소설'을 사준다면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소설을 쓰지 않을 것 입니다.





2. 김홍신의 초한지

대안으로 꼽은 것이 바로 김홍신의 초한지 입니다. 이문열의 대안이라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김홍신씨를 좋아합니다)





3. 형민우, 이문열의 만화 초한지

형민우의 장점은 디테일 하면서도 시원시원한 그림체 입니다. 만화적 각색도 훌륭하게 되어있습니다. 태왕북벌기를 아시는 분이라면 후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연령대가 낮다는 것은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4. 고우영의 만화 초한지

반면 고우영의 초한지에는 네임 밸류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만큼 독특하고 오래된 책이라는 얘깁니다. 형민우와 고우영은 신구 만화계를 대표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요즘 만화의 컷 구성과 화려한 그림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형민우를, 예전 만화의 향수를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고우영을 추천합니다.


5. 초한지 강의


초한지를 다 봤다면 '초한지 강의'는 후식 입니다. 하지만 후식이라고 얕보지는 마십시요. 앞에서 꼽은 원작들의 단점을 방대한 역사 지식과 정치적 해설로 메꿔주는 책 입니다. 알라딘에서는 품절이지만 고속터미널 영풍문고에서 수십권의 재고를 봤습니다.  



6. 황석영의 삼국지

삼국지연의는 황석영 선생의 번역을 추천합니다. '원전의 묘'를 살리겠다는 선생의 의지는 간결, 담백한 문체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또 왕흥시의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한 그림은 다소 심심할 수 있는 이 책에 알싸한 양념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평역'이라고 불리는 것 보단 이쪽의 삼국지가 훨씬 좋습니다. 선생의 말대로 평해야 할 것이 있다면 따로 자신의 책을 쓰면 될 일입니다. 


7. 이중톈의 삼국지 강의 1, 2

끝내 '평역'이 아쉬운 분들은 차라리 이 책을 보십시요. 황석영 선생의 깔끔한 삼국지와 이중톈 교수의 찐한 해설은 금상첨화, 천생연분, 악어와 악어새, 메칸더 원, 투, 쓰리 입니다.

'강의'라고 겁먹지는 마십시요. 어떤 어려운 내용이라도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이중톈 교수의 필살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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