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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PXsociety
백인의 시체가 발견된다. 목에는 가시철조망이 감겨있다. 어떤 힘으로 당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이 거의 잘릴 지경이다. 바지는 반쯤 내려가 무릎에 걸쳤고, 고환이 잘려있다. 백인의 두 고환은 낡은 옷을 걸친 흑인의 시체가 쥐고 있다. 보안관은 무릎을 꿇고 범죄 현장을 유심히 바라보지만 이 기이한 장면을 설명할 단서를 찾지 못한다. 시체는 집 안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집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그들은 화장실로 들어가기는커녕 집 안에 들어오는 사람조차 보지 못했다. 그 말이 모두 맞다면 살인은 유령의 짓이 분명하다. 보안관을 더 당황하게 만든 건 죽은 것이 분명한 흑인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시체 안치소에는, 역시 사람이 있었다. 눈을 피해 들어올 수 있는 뒷문은 수년 동안 열린 적이 없었다. 시골뜨기들을 ..
당신은 아내를 죽이고 싶은 남자다. 결심은 섰고 총도 있다. 그러니 죽이는 것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살인을 하되 범죄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거다. 당신은 그녀의 유산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수사가 종결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범인이 잡히거나, 사라지거나, 죽거나. 따라서 살인을 하되 범죄자가 되지 않는 방법은 누명을 씌우는 것, 신분을 바꾸는 것, 나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많은 이야기들이 앞의 두 가지를 다루지만 현실 세계에서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누명을 씌우려면 살해 동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피해자가 적이 많은 사람이라면 비교적 쉽겠지만 이것도 용의 선상에 올리는 것까지다. 후보들의 알리바이를 모조리 깨부숴야 하고 대량의 증거 조작도 필요하다. 살인자들이 신분을 바꿔 새..
기억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상상하다 보면 생각의 미로에 갇히게 된다. 이른 아침 카페에 앉아 글을 써 내려간 경험. 초콜릿 향이 은은한 스콘을 먹고 캐모마일 차를 삼킨 기억은 그 기억을 만든 현실만큼 분명한 흔적을 머릿속 어딘가에 남기는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스콘이 브라우니가 되고 캐모마일이 루이보스로 변해 함께했던 누군가의 기억과 명백한 차이를 보일 때면, 기억이란 물리적 실체 없이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상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100년 전 독일의 동물학자 리하르트 제몬은 이 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제몬은 기억이란 뇌 속에 남겨진 일종의 물리적인 각인이라고 주장했다(p. 11). 경험은 뇌의 어딘가에 고랑을 남긴다. 경험은 기억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셈이다. 기억이 물리적 결과물이라면 어디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