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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PXsociety
당신은 아내를 죽이고 싶은 남자다. 결심은 섰고 총도 있다. 그러니 죽이는 것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살인을 하되 범죄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거다. 당신은 그녀의 유산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수사가 종결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범인이 잡히거나, 사라지거나, 죽거나. 따라서 살인을 하되 범죄자가 되지 않는 방법은 누명을 씌우는 것, 신분을 바꾸는 것, 나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많은 이야기들이 앞의 두 가지를 다루지만 현실 세계에서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누명을 씌우려면 살해 동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피해자가 적이 많은 사람이라면 비교적 쉽겠지만 이것도 용의 선상에 올리는 것까지다. 후보들의 알리바이를 모조리 깨부숴야 하고 대량의 증거 조작도 필요하다. 살인자들이 신분을 바꿔 새..
기억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상상하다 보면 생각의 미로에 갇히게 된다. 이른 아침 카페에 앉아 글을 써 내려간 경험. 초콜릿 향이 은은한 스콘을 먹고 캐모마일 차를 삼킨 기억은 그 기억을 만든 현실만큼 분명한 흔적을 머릿속 어딘가에 남기는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스콘이 브라우니가 되고 캐모마일이 루이보스로 변해 함께했던 누군가의 기억과 명백한 차이를 보일 때면, 기억이란 물리적 실체 없이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상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100년 전 독일의 동물학자 리하르트 제몬은 이 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제몬은 기억이란 뇌 속에 남겨진 일종의 물리적인 각인이라고 주장했다(p. 11). 경험은 뇌의 어딘가에 고랑을 남긴다. 경험은 기억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셈이다. 기억이 물리적 결과물이라면 어디에 ..
사람들의 머리가 빠졌다. 여자고 남자고 가리지 않았다. 전염병처럼 번진 탈모가 세상 대부분의 머리카락을 삼켜버렸다. 살아남은 건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들뿐. 못 생겨도 돼, 가난해도 돼, 하지만 대머리는 안 돼. 무분별한 대머리 혐오를 멈추는 방법은 모든 사람을 대머리로 만드는 것이다.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이내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 됐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민머리를 대놓고 다니는 사람도 나타났다. 맨들맨들 번쩍이는 민머리를 새로운 기회로 보는 산업도 등장했다. 가발, 문신, 기타 등등. 대머리는 더 이상 숨길 일이 아니었다. 대머리가 수치스럽다면, 인간이 수치스러운 거니까. 장님 세상에선 외눈박이가 신이다. 하지만 외눈박이 세상에서도 과연 두 눈 박이가 신이 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