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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PXsociety
기억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상상하다 보면 생각의 미로에 갇히게 된다. 이른 아침 카페에 앉아 글을 써 내려간 경험. 초콜릿 향이 은은한 스콘을 먹고 캐모마일 차를 삼킨 기억은 그 기억을 만든 현실만큼 분명한 흔적을 머릿속 어딘가에 남기는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스콘이 브라우니가 되고 캐모마일이 루이보스로 변해 함께했던 누군가의 기억과 명백한 차이를 보일 때면, 기억이란 물리적 실체 없이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상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100년 전 독일의 동물학자 리하르트 제몬은 이 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제몬은 기억이란 뇌 속에 남겨진 일종의 물리적인 각인이라고 주장했다(p. 11). 경험은 뇌의 어딘가에 고랑을 남긴다. 경험은 기억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셈이다. 기억이 물리적 결과물이라면 어디에 ..
사람들의 머리가 빠졌다. 여자고 남자고 가리지 않았다. 전염병처럼 번진 탈모가 세상 대부분의 머리카락을 삼켜버렸다. 살아남은 건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들뿐. 못 생겨도 돼, 가난해도 돼, 하지만 대머리는 안 돼. 무분별한 대머리 혐오를 멈추는 방법은 모든 사람을 대머리로 만드는 것이다.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이내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 됐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민머리를 대놓고 다니는 사람도 나타났다. 맨들맨들 번쩍이는 민머리를 새로운 기회로 보는 산업도 등장했다. 가발, 문신, 기타 등등. 대머리는 더 이상 숨길 일이 아니었다. 대머리가 수치스럽다면, 인간이 수치스러운 거니까. 장님 세상에선 외눈박이가 신이다. 하지만 외눈박이 세상에서도 과연 두 눈 박이가 신이 될 수 있..
잃어버린 10년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들어봤다. 한국인이라면 그 몰락에 야릇한 쾌감을 느껴 더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실패를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플라자 합의와 엔고, 공포스러운 자산 가격의 상승, 도쿄 땅을 모두 팔면 미국을 몇 번이나 살 수 있었다는 꿈같은 이야기들. 잃어버린 10년은 단순한 가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겪게 될 미래일 수도 있다. 안 그래도 미쳤다고 했던 부동산 가격이 전고점을 뚫어버린 지 오래고 박스피라 조롱받던 주가지수가 6,000을 넘어선 게 잃어버린 10년이 겪은 버블의 전조는 아닐까? 한국은 근대화 과정에서 철저히 일본을 따라 했기 때문에 병폐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헤이세이의 실패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작가가 말하는 제1 원인은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