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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PXsociety
미국은 감옥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전 남편과 전 처를 가진 사람이 부모를 모두 가진 사람보다 많아 보이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알콜이나 마약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다. 소설과 드라마 영화만 보면 그렇다. 그들에게 이것은 '노멀'인가?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의 주인공은 더치스와 로빈, 일명 래들리 가족이다. 로빈은 아주 어리고 래들리는 우리 나이로 치면 중2 정도로 보인다. 둘은 남매다. 더치스가 누나, 로빈이 동생. 더치스는 상당한 문제아다. 머더 퍼커를 입에 달고 사는 데다 온갖 곳에 시비를 털고 자기 엄마의 남자 친구가 될 것 같은 사람의 술집에 불을 지르기까지 한다. 당장 소년원에 가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반전은 이 작은 무법자가 가족을 아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다. 이 문제아..
파도 관찰자라는 문장을 봤을 때, 진정 나를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나는 멍하니 앉아 아무것도 아닌 동작들을 끝도 없이 바라볼 때가 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모습이나,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온 빛이 조용히 움직이는 모양. 그런 것들에는 시간을 녹이는 힘이 있다. 괜한 기대를 할까 말해두겠다. 이 책은 파도가 아니라 파동에 대한 이야기다. 과학 교양서와 수필 사이에 두 다리를 걸치고 있는데 과학에 팔 할 이상의 힘을 주고 있다. 갑자기 파도가 차갑게 느껴졌나? 이 엄청난 배신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파도라는 현상의 껍질을 벗겨 그 뒤에 숨은 힘의 존재를 꺼내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접근은 늘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는 걸 돕는다. 우리는 파동 자체를 지각하지는 못한다. ..
처음엔 행복했다. 이렇게 쉬운 블랙홀 책이 있다니. 펜로즈 다이어그램을 만나면서부터 이 행복은 산산조각 났고 그것이 자전하는 블랙홀과 만나 최대로 확장되면서 내 이해력은 특이점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러니 나는 이 책의 아주 작은 단편, 그것도 핵심과는 아주 먼 이야기로 변죽을 올릴 수밖에 없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블랙홀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현대 물리학의 소산처럼 느껴지지만 이 개념은 1783년에 영국의 목사이자 과학자인 존 미셸이 최초로 떠올렸다. 1798년에는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도 돌멩이를 던지면 다시 땅에 떨어지는 것처럼 '빛 까지도 추락할 정도의 강력한 중력을 가진 천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블랙홀의 존재를 가장 격렬히 부정한 사람은 당연 아인슈타인이..
김엄지의 은 미지근해진 연애를 얘기한다. 내게 소설가들은 죄다 INFP에 장기 연애를 할 거 같은 선입견이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연인이 비슷한 인상이다. 장기 연애를 해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이미 죽어버리 관계를 한쪽에 치워두고 애써 외면하는 시기가 온다는 걸. 이러니 저러니 핑계를 대 보지만 사실은 끝난 것이다. 이걸 다잡아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의 남자도 비슷하다. 그는 이야기의 끝에서 알듯 모를듯한 결의를 다지는데 그건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확실한 끝과 관계의 재발견. 할 수만 있다면 소설 속에 들어가 정신이 번쩍 들도록 전자를 소리치고 싶다. 떠나야 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 꺼져버린 사랑은 다시 붙일 수 없어. 이 책을 읽게 된 건 사실 백온유의 때문이었다. ..
김훈이 늙었다. 많이 늙었다. 이 늙은 소설가는 소설 쓰기라는 고된 밥벌이를 떠나 잠시 허송세월하는 중인 것 같다. 일산 호수 공원에 자주 나가 철새들을 구경하고 눈이 내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산에 오르기도 한다. 최근엔 그 산마저 끊었다는데, 늙음이란 모든 뜨거웠던 것들과의 안녕이란 생각이 든다. 들뜨고 성말랐던 마음은 차갑게 굳어 아래로 내려앉는다. 끝을 준비하는 것이기도 하고, 세상을 제대로 보기 시작하는 것이기도 하다. 태풍과 싸우는 중일 때는 그 밑이 얼마나 고요한지 모른다. 싸움에 지고 나서야, 물속에 가라앉고 나서야, 그것이 패배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저 보는 곳을 달리 한 것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내가 기억하는 김훈은 자기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우는 여동생들을 향해 울음을 그치라며 으르렁대..
호그와트 학생들은 어둠의 마법을 배운다. 크루시오는 고문을 하고 임페리오는 정신을 조종하며 아브라 카타브라는 상대방을 즉사시킨다. 해리 포터는 특히 이 과목에 강했다. 반면 모든 과목에서 출중함을 받은 헐마이니 그레인저는 유독 이 과목에서만 성적이 저조했다. 호그와트의 천진한 아이들은 모두 어둠의 마법을 배운다. 아이들을 악마로 만드는 게 덤블도어의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교수들은 어둠의 마법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그 마법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악당들은 저주를 거는데 주저함이 없다. 아니, 아예 주력으로 사용한다. 악의 힘을 늘 쉽고 강력하다. 그래서 유혹이 성립한다. 인간은 유혹에 약하다. 태어날 때부터 악당인 사람은 드물다. 대개는 이 유혹을 견디지 못한 결과다. 영화 밖에서도 악당은 넘쳐난..
미나토 가나에는 사이코패스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사실 사이코패스라는 소재는 캐릭터를 쉽게 만들어준다. 엽기적인 악행이 본성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마음껏 난도질을 해도 된다. 악마를 벌주는 일에는 누구도 죄책감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은 정말 통쾌했다. 악마성이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소년에게 깃들어있다는 것도 주요했다. 외면과 내면 모두 투명할 정도로 순수한 악은 읽기가 쉬웠고 그만큼 찢어버릴 때 행복했다. 자기보다 더 큰 악을 만났을 때, 똑똑한 소악마가 지옥의 왕을 만났을 때, 어른보다 끔찍했던 악행은 애들의 장난으로 전락하고,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만드는 징벌의 무게에 짓눌린 악인의 눈물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에는..
의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간단하다. 마약을 합법화하자는 것. 마약 합법화? 우선 이런 나라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마약은 엄두가 안 나고 대마 정도는 머릿속에 몇 개 떠오른다. 그것도 비범죄화와 합법이 뒤섞여 있는데 그 차이를 설명하는 건 뒤로하고, 네덜란드, 캐나다, 미국의 일부 주 정도가 떠오른다. 많은 연구 끝에 오해가 풀린 대마가 이 정도인데 헤로인, 필로폰, 코카인을 합법화한다고?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자는 세 개의 질문을 던진다. 마약으로 인한 범죄는 왜 일어나는가? 마약은 중독성이 있는가? 마지막으로 누가 마약을 하는가? 저자는 첫 번째 대답부터 강력한 훅을 꽂아 넣는다. 마약 범죄는 대부분 그걸 불법화했기 때문에 벌어진다. 만약 살인을 합법화하면 살인으로 감옥에 가는 사람..
탐 낌은 한국을 좋아한다. 박찬욱을 좋아하고 팬데믹 시기에는 을 읽으며 의 핵심 주제 중 일부를 채우기도 했다. 나는 이 얘기를 국뽕이 아니라, 탐 낌이라는 인간, 이 홍콩인이 가진 문화적 개방성을 논하고자 꺼냈다. 홍콩은 자유 국가'였다'. 중국과는 달랐다. 그래서 89년의 천안문 사태 이후 완전히 불구가 되어버린 중국인과 달리 폭거가 진행됐을 때 우산 혁명을 일으켰다. 그들은 분연히 일어섰고 평화로 맞섰다. 홍콩인에게 자유는 목숨과도 바꿀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나는 좁은 땅덩이에서 이토록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그들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 이뿐인가? 집값은 하늘을 뚫고, 거리는 맛있는 걸로 가득하고, 여름은 습기로 넘치고, 사람들은 빠르고. 개방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정체성을 단단하..
조선에 왜 당쟁이 있었는지 이해하려면 주자학을 알아야 한다. 주자는 중국 송나라 사람으로 지방 관리를 하며 약간의 성과를 냈던 것 같다. 한족 역사상 가장 허약했던 나라가 바로 송나라다. 황제가 금나라에 포로로 잡혀간 적도 있고 결국에는 무력에 굴복해 중국의 남과 북을 나눠 갖자는 오랑캐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했다. 협상이 아니라, 중화 역사상 처음으로 오랑캐의 봉국이 된 것이다. 송은 금에게 매년 은과 비단, 수만의 공녀를 바쳐야 했다. 아, 중화인이란! 얼마나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인가. 주자는 이러한 정치 상황과 지방관리로서의 작은 성공 경험을 살려 성리학을 세운다. 이 학문의 핵심은 왕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니 중앙의 권력을 신하와 지방에 더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는 우매한 한 명의 왕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