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4 | |||
| 5 | 6 | 7 | 8 | 9 | 10 | 11 |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 26 | 27 | 28 | 29 | 30 | 31 |
- 피규어 디자이너
- 인테리어 사진
- 프로덕트디자인리서치
- 아트 토이
- 가구 디자인
- 주방용품
- 진중권
- 애플
- 일러스트레이션
- 조명기구
- 해외 가구
- 미술·디자인
- 일러스트레이터
- 글쓰기
- 신자유주의
- 조명
- 인스톨레이션
- 램프
- 조명 디자인
- 조명디자인
- 킥스타터
- 인테리어 소품
- 피규어
- 가구
- 재미있는 광고
- 프로덕디자인
- 가구디자인
- 인테리어 조명
- 북유럽 인테리어
- Product Design
- Today
- Total
목록분류 전체보기 (1355)
deadPXsociety
정해연 작가의 소설은 편차가 심해 솔직히 좀 화가 난다. 첫 문장은 괜찮았는데 갈수록 이야기의 비약이 도드라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곤 한다. 문제가 되는 놈들이 갑자기 죽거나 죽이면 다 마무리되고 뭔가 아쉽다 생각하면 에필로그까지 등장하는데, 이러면 좀 당황스럽다. 에필로그가 꼭 필요했다면 이야기 안에 녹이면 됐을 텐데... 정해연 작가의 책은 세 번째고 세 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건 가 99.99999999%의 지분을 차지한다. 셋 중 가장 짜임새가 있다. 아니 가장이라는 말보다는 유일하다는 말이 더 맞다. 는 단편선이다. 1.6만 자로 제단 한 단편들이 아니었다는 점은 좋았다. 근데 실린 작품이 4개에 머물다 보니 조마조마한 마음이랄까, 다음 것도 이러면 2개밖에 안 남는데... 원인이 ..
수억 년에 걸친 진화 과정에서 고통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명백하다. 그것이 생존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의 아키텍처가 처음 만든 버전에는 고통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냥 행복하기만 하면 세상이 잘 돌아갈 거라 생각했지만 어쩐 일인지 인간은 모두 죽어버렸다. 그렇게 몇 번의 디버깅을 거쳐 아키텍처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완전히 똑같은 세계를 만들었다. 아키텍처는 네오에게 말한다. 인간은 '고통을 통해 현실을 인지한다'라고. 인간은 역사가 시작된 이래 줄곧 고통을 지배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중세 시대에 성행했던 고문은 고통을 야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이는 전근대, 대한민국에서는 현대에도 널리 사용됐다. 군부독재 시기 이들은 고문기술자 혹은 고문전문가로 불리며 일종의 장인으로 대우받았다. 한국..
마법을 쓰는 셜록 홈즈 이야기다. 물론 홈즈가 쓰는 건 아니다. 영원한 그의 조수 왓슨이 마술사로 등장한다. 로드 다아시와 마스터 숀 오로클린. 셜록과 왓슨을 빼다 박은 콤비가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방법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작가의 수만큼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세계관을 창조하는 것 같다. 영화 는 제목부터 구린내가 진동하고 연출 수준이 심형래와 자웅을 겨룰 정도지만 그 세계관의 크기와 매력은 D-War가 넘볼 수 없다. 캐릭터는 죽고 에피소드는 망할 수 있어도 세계는 영원하다. 기다리면 과 같은 게 나오는 것이다. 아가사 크리스티나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것도 세계다. 포와로나 홈즈의 무게를 이기고 고개를 돌리면 그 아래 놓인 땅이 보인다. 두 작가는 그런 살인과 그런 살인..
오강남 교수의 책을 처음 읽은 건 20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골수 감리교인으로 매우 열심히 교회를 나가는 건 당연하고 청년부 활동까지 수행하던 신앙인이었다. 그렇게 신실한 사람이 비교종교학자의 책을, 그것도 라는 제목의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의 교양 수업이었다. '세계 종교와 철학'. 이 과목에서 우리 조는 '악마의 종교'인 이슬람교를 맡았다. 때마침 개인 미디어 붐이 일어 촬영 장비가 꽤 흔했던 탓에 나는 카메라 한 대를 들고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으로 쳐들어갔다. 그들의 민낯을 샅샅이 밝힐 포부를 가득 담고. 그 성전의 결과를 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개신교의 종교 교육에 완전히 실망했다. 아니, 수치심이 들었다. 그때의 경험은 야훼가 알라와 같은 신인줄도 모르고 신실..
백온유의 쇠맛을 보고 싶어 골랐는데 몽글몽글 따뜻하다. 은 2019년에 제1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는데 요즘 청소년들은 수준이 참 높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섬세한 소설을 이해하고 즐겼다는 얘기니까. 유원이라는 여고생이 주인공이고 그녀의 학창 생활이 주무대다. 유원은 특별한 아이인데, 그 언니가 아주 특별했기 때문이다. 유원의 이름도 언니가 지었다. 원할 원, 외자. 빨리 나오기를 너무 원해서 그렇게 지었다. 두 사람은 터울이 컸다. 윗 층의 할아버지가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 그 재가 유원의 집에 떨어진 게 화근이었다. 원이 언니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었고 베란다에 한 가득이었다. 무식한 담뱃재는 그 교양을 씹어 삼키며 맹렬하게 타올랐다. 집에는 언니와 둘 뿐. 여기는 아파트 11층. 언니는 ..
는 무지무지 어려운 책이지만 이해가 안 되는 장을 두세 번 반복해서 읽을 만큼 흥미롭다. 작가는 냉소적이고 지적으로 대단히 날카롭다. 이런 류의 인간은 비아냥과 조롱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싸가지가 없다고 말하고 개인적으로는 유머러스하다고 평가한다. 인식론, 인지 심리, 뇌과학, 신경망, 카오스 이론, 창발, 양자역학, 심지어 부의 불평등과 능력주의 신화까지 꺼내 이 책이 말하려는 것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게 내 자유의지가 아니라는 말인가? 그렇다. 나는 뇌과학, 카오스 이론, 양자역학 따위를 좋아한다. 이 학문들은 전반적으로 보통의 인간이 상식이라 믿어온 것에 철퇴를 가하기 때문이다. 나는 싸가지가 없다는 평가를 자주 받는데 그 이유는..
는 장재현이 좋아할 것 같지만 그가 영화로 만들지는 않을 소설이다. 이야기가 별로라서가 아니라 '일제'라는 소재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를 만들고도 반일 종족주의자 취급을 받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연달아 내놓으면 친일극우주의자들과의 전쟁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샤머니즘이 없는 나라는 없겠지만 일본은 그 정도가 좀 달라 보인다. 물론 미디어의 영향이 상당하다는 건 인정한다. 아베노 세이메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라든가 클램프의 , , 주술을 모에화 한 , 아쿠타미 게게의 등등. 하지만 이런 창작물이 큰 인기를 얻는다는 건 그 땅을 지배하는 주술의 정서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여우가 뱀의 허리를 물었다'는 대사는 그래서 더 귀에 꽂힌다. 원혼은 어떤 한가? , , . 강렬한 이미지가 눈을 채..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점이 광고의 매력이다. 사실은 상업 자본주의의 천박한 선동꾼에 불과하지만, 역시 돈만큼 사람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것은 없다. 광고는 마음을 흔드는 걸 넘어 전율을 강타할 때가 종종 있다. 완벽한 카피 하나가 완전한 문학 하나를 뛰어넘기도 한다.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살면서 착실히 모아 온 카피가 이 책에 실렸다. 일본. 하이쿠의 전통을 이어가는 나라답게 촌철에 담긴 기지가 눈부시다. 나는 소설의 첫 문장을 만드는 취미가 있는데 이 카피를 읽으며 몇 개나 썼는지 모르겠다. 일상에 절여진 뇌를 깨끗이 닦아 돌려놨다. 자극은 언제나 옳다. 이런 식이라면, 중독으로 죽는다 한들 여한이 없다. 카피 하나에 작가의 이야기 하나. 뒤쪽은 사족에 가까워 과감히 건너뛰어도 괜찮다...
양자 물리학에 따르면 이 세계를 존재하게 만드는 건 관측이다. 관측을 '보다'로만 한정하면 쓸데없는 형이상학이 끼어들 여지가 있으니 각자의 상상력을 총 동원해 그 범위를 넓혀보기 바란다. 관측하기 전까지 세계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한다. 우리가 만지고 느끼는, 이른바 물질세계는 관측하는 순간 그 모습으로 나타난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조각에 대해 그저 대리석이 갖고 있는 형상을 끄집어낸 것뿐이라고 말했다. 대리석이라는 가능성의 덩어리가 피렌체인의 관측을 통해 피에타가 된 것이다. 새로운 책을 사서 손에 올려놓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미켈란젤로처럼, 내가 이 책이 가질 수 있는 이야기 중 하나를 꺼내준 건 아닐까? 첫 장을 펼치기 전까지 이야기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나는 책장에 손을 올리고 그 책..
우리는 가족이라는 불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잘 모른다. 가족은 선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바꿀 수도 없고 혁명도 불가하다. 책임자를 색출해 단죄하기도 어렵다. 이 비극의 원인제공자를 찾아 시간을 거슬러 가다 보면 말도 통하지 않는 단세포 하나를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친구, 동료, 동지 같은 유사 가족에 더 마음을 쓴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유전자로 이어진 진짜 가족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 가짜들에 더 가닿는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이상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이 사실이 극도로 비정상적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족이라는 비극은 우울의 막을 연다. 가족은 비극 중의 비극, 그 어떤 작가도 쓸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