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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선택_리더의 눈높이

WiredHusky 2018. 12. 9. 09:33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의문이 들곤합니다. 기업 경영자들이 이 정도로 깊이가 없나? 하는 의문 말입니다. 저자는 SERI CEO 최우수 강사로 뽑힌 적이 있고, 각종 리더십 교육에서 활약하는 걸 보면 이분은 분명 우리나라 유수 기업들의 CEO 혹은 리더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분일 겁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마치 어린이용 논리, 철학 입문서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쉬운 게 나쁜 건 아닙니다. 경험이 많으신 분이니 분명 리더들에게 잘 통하는 화법을 갖추고 계실테고, 따라서 이 책의 구성과 논조에 대해 경험이 일천한 제가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건 건방진 일일 겁니다. 하여 저는 이 책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런 게 통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철학을 공부한다는 건 철학사와 철학자와 그들이 한 유명한 말을 외우는 게 아니라는 것 쯤은 모두 알고계실 겁니다. 철학은 우리에게 생각하는 방식을 알려줍니다. 이 책에 담긴 22개의 챕터, 거기에 등장하는 22명의 철학자들은 분명 어떤 분들에겐 '음, 유명하다는 철학자들의 강의를 들으니 어쩐지 우쭐한 기분이 드는군' 하는 허세를 느끼게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자기만의 새로운 사고틀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려는 목표가 있었을 겁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챕터의 마지막에는 각각 하나씩의 딜레마 상황이 제시됩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생각하기에 대한 연습문제인 셈이죠.


책을 다 읽고 보니 다음과 같은 요소가 아주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선 리더들의 시선을 잡아줄 도발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군주는 왜 공포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인센티브를 가장 정의롭게 나누는 방법은?' 같은 펀치라인 말입니다. 리더들은 바쁩니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보고서와 시장분석지를 받아보겠죠. 그런분들의 시선을 끌려면 추상적인 말로는 안됩니다. 가슴을 뚫어야 해요. 그리고 이런 질문들을 과거의 유명한 철학자들이 제기했다는 사실을 밝힌다면 권위가 실립니다. 마키아벨리(이름도 참 멋있죠)나 롤스 같은 이름들 말입니다. 어디서 한번쯤은 들어본 이름이거든요. 기업 경영자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것 같은 철학자들이 실제로는 경영과 밀접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저절로 '오~'하는 기분이 듭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내용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 뻔한 얘기들이 반복되죠. 이 뻔함을 애써 수습하는 건 마지막에 나오는 실습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리더들을 철학의 세계에서 다시 일터로 돌려놓는 겁니다. 거기서 뭔가 자신의 대답을 내놨다, 그러면 이제부터 그 판단에는 철학적 권위가 실리는거죠. 더 자신있게, 자기 판단을 확신하는 겁니다. 사실 딜레마라는 게 답이 없는 거 거든요. 뭘 생각했든 오답은 아닙니다. 그 판단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아무도 추적하지 않으니까요.


요리보고 저리봐도 저에겐 자극이 될 만한 요소가 없는 책이었지만, 여러분은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리더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크게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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