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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_지루하지만 즐거워 본문
솔직히 말하자면 테드창의 소설은 정말 지루하다. 놀라운 소재가 등장하지만 서사보다는 언제나 설명에 치우친다는 느낌이다. 문장은 설명의 도구일 뿐 그 자체로서 독립적인, 어떤 미학적 가치를 지니지는 않는다. 테드 창의 소설엔 밑줄을 그을 만한 문장이 거의 없다. 소설 전체를 도려해 갈피해 둘 필요는 있을지언정.
이는 그의 소설이 고도로 추상화된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두 번, 세 번 곱씹어야 하는 소설은 거의 없다. 여기서 내용이란 속뜻, 즉 메타포가 아니라 정말로 내용 그 자체다. 원서로된 전공 서적을 읽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고작 소설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이토록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니, 왠지 수지가 안 맞는 장사 같고, 소설을 손에 든 목적과도 어긋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는 <숨>이 출간되자마자 이 책을 손에 들었다. 그 모든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막을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를 괴롭힐까? 이번에도 망치로 머리를 맞는 것 같은 인식의 전환을 경험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원하는 것을 얻었다. 서사는 여전히 지루하고 시속 130cm의 달팽이처럼 기어가지만 이야기를 가능케 하는 이론을 훑으며 그 노력에 상응하는 지적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이 SF의 특징이 아니라 테드 창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동일한 경험을 얻기 위해 서점의 SF 서가를 기웃거린다면 대부분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해를 돕기 위해 위험한 분류를 감행한다면, <라마와의 랑데뷰>가 가장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이 아닐까 싶다. 대척점에는 로저 젤라즈니가 서 있다. 철학적 사유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선 어슐러 르귄이 떠오르지만 내용상으로는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르귄의 소설이 인간의 모순과 사회 문제의 메타포라면 테드 창의 이야기는 개인의 행복에 훨씬 더 선명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관계를 온전히 설명하기엔 미천하기 짝이 없는 내 SF 독서 경력이 한스러울 뿐이다.
나는 지금 막 일독을 마쳤지만 조만간 다시 한번 이 책을 꺼내들고 조목 조목 따져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시간 여행과 평행우주의 패러독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등 테드 창이 소재로 삼은 이론들을 완전히 이해하기엔 내 지적 능력의 한계가 뻔히 들여다보이지만, 완전한 이해만이 언제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온전히 몰입하여 주변을 잊는 것만으로도, 나는 대단한 희열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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