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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의 탄생_야콥 푸거의 삶과 사업

WiredHusky 2019. 8. 18. 10:22

야콥 푸거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는 게 신기하다. 나름 르네상스 역사에 관심이 있고 책도 꽤 읽었다고 생각했다. 베네치아 상인들이 벌이는 전쟁, 메디치 가의 흥망성쇠도 읽었는데 왜 야콥 푸거를 들어본 적이 없을까? 하지만 이 남자는 독일에서 상당히 유명한 것 같다. 푸거가 지은 공동주택은(푸거라우) 현재에도 실 주거지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 유럽 최강의 가문 합스부르크가도 일을 벌이기 전에는 늘 손을 벌려야 했던 어나더 클래스의 금융가를 여지껏 몰랐다는 것이 정말로 신기하다.

 

1525년 푸거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재산은 유럽 내 총생산의 2퍼센트에 육박했다(p.13). 독일 내 총생산이 아니라 유럽 내 총생산임을 직시하자. 이는 역사상 최고의 부호라 일컬어지는 존 D.록펠러조차 누리지 못한 부였다. 인지도로 따지면 훨씬 위인 피렌체의 지배자 메디치 가도 푸거에 비하면 지방 은행의 지점에 불과할 정도로 그의 부는 압도적이었다.

 

푸거는 주로 광산업과 금융업으로 부를 쌓았고 다양한 소비재를 독점 판매하기도 했다. 광산업은 주로 왕들에게 대량의 채무를 넘기고 받은 담보였다. 그는 광산에서 생산된 금속으로 화폐를 주조하거나 대포를 만들어 인류 최대의 수요, 전쟁을 후원했다.

 

 

그가 유럽의 경제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돈이 처음으로 전쟁과 정치를 좌우하는 세계에 살았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의 왕들은 오늘날과 같은 국민군이 없었다. 대부분 용병을 고용해 전쟁을 벌였는데 그게 전부 돈이었다. 돈을 받지 못한 용병은 파업을 벌이거나 심지어 고용주를 죽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산다고 누구나 돈으로 세상을 지배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푸거의 경쟁자들이 대부분 파산해 처량하게 죽은 것만 봐도 이 남자가 단순히 시대를 잘 타고 나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푸거는 돈에 대한 감각만큼 정치적 감각도 뛰어났던 것 같다. 그는 여러 곳에 적절히 줄을 대 균형을 유지했고 그 균형을 언제 깨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혹자는 무려 왕들과 밀당을 벌이는 건방진 장사치를 왜 그 권력자들이 잠자코 두고 봤는지 의아할지도 모른다. 죽이면 그만아닌가? 없애고 재산을 몰수하면 빌릴 필요조차 없을텐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토록 강력한 '왕권'을 가진 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인지를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이다.

 

푸거는 언터쳐블의 장사꾼이었다. 왕들은 그를 증오하고 때로는 죽이고 싶었지만 푸거를 살려두는 게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지키기 위해 그가 겪었을 일들을 생각하면 눈 앞이 까마득하다. 압박감은 얼마나 대단했을까? 푸거는 자칭 그 어떤 고민도 밤이되면 옷을 벗듯 벗어던지고 편안히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가 가진 최고의 능력은, 어쩌면 이 배짱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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