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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맨션

WiredHusky 2026. 2. 8. 09:50

개인이 로켓을 만들어 날리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건 정말로 경이롭다. 국가도 실패하는 일을, 어떻게 감히 개인이 이룬단 말인가? 그러나 국가가 저지르는 온갖 똥멍청이짓을 떠올리면 중력이라는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주체는 창의적인 개인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가 만드는 SNS, 영화, 드라마, 핀테크 서비스를 생각해 보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로켓을 국가가 만드는 이유는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상업성은 고사하고 발사 성공까지 가는데도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납세자들의 돈과 '우리는 반드시 우주에서 소련을 이겨야 합니다' 정도의 선전이 없으면 미국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이 로켓 강국이 되겠다며 매년 50조의 예산을 쏟아부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거기에 핵탄두를 실어 북조선을 조지겠다는 공약 저도는 해줘야 그나마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미친 짓을 개인이 하겠다는 생각을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나는 정말로 모르겠다. 먼저 일론 머스크 얘기를 해보자. 헛소리를 자주 해 코미디언처럼 보일 때가 많아 그렇지 사실 이 남자의 지능과 추진력은 인간계를 한참이나 벗어난 지 오래다. 일론 머스크는 로켓 발사에 성공한 것을 넘어 뛰어나게 잘 해냈다. 그는 우주에 수천 개의 위성을 띄웠고 발사체를 재활용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레인보우 맨션>은 일론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이 책은 일론만큼 미친 사람이 이 세상에 한 둘이 아니라는 걸 이야기한다. 이들에 비해 일론은 저 멀리 나아간 사람, 아니 지구를 넘어 우주인과 경쟁하는 생물이라는 걸 보여주긴 하지만, 마이너 리그는 마이너 리그 나름의 맛이 있다. 알파고에게 인류가 패배한 이후 오히려 더 인기가 많아진 바둑처럼, 인간계의 싸움은 정말로 볼만하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NASA가 너무 낡았기 때문이다. NASA는 거대한 관료조직으로 변해 모든 창의적 시도를 거부하는 죽은 세포가 되었다. 그들은 로켓이 애들의 장난감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때로는 아이들의 장난에서 기가 막힌 통찰력이 나온다는 건 몰랐다. 그들은 로켓과 위성의 부품에 까다로운 기준을 설정했고 <레인보우 맨션>의 천재들은 소비자 가전의 품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걸 놓치지 않았다. 30년 전만 해도 연구소나 소유할 법한 초고성능 워크스테이션보다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를 월 59,900원에 손에 들고 다니는 세상. 로켓맨들은 위성과 로켓이 그렇게 비쌀 필요가 없고, 만드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릴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몇 년을 검토하고 검토하고 검토하고 검토해 발사할 때쯤엔 이미 10년은 뒤쳐진 기술이 되는 인공위성과 로켓. 인간의 영역을 우주로 넓히기에 이 시차는 커다란 부담이었다.

 

플래닛랩스는 비둘기만 한 위성 수천 대를 지구 저궤도에 올리려 한다. 대학도 나오지 않은 뉴질랜드의 피터 벡은 약 230kg의 화물을 500만 달러에 궤도로 운송하는 소형 로켓을 발사한다. 그의 목표는 3일에 한번, 로켓을 띄우는 것이다. 나사라면 같은 일을 하는데 3천만에서 3억 달러를 썼을 것이다. 피터 벡의 로켓랩은 스페이스X 이후 가장 성공한 로켓 회사가 됐다. 아스트라와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는 이들의 뒤를 잇는 로켓 스타트업계의 촉망받는 신인이다. 아스트라는 24년 3월 상장을 폐지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여전히 살아남아 중력을 극복하는 일에 매진한다. 필요한 돈을 모두 자기 지갑에서 꺼내 우크라이나의 우주 기술을 미국에 이식하려 한 맥스 폴랴코프는 러시아 스파이로 몰려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에서 쫓겨난다. 폴랴코프를 쫓아낸 회사는 2025년 55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IPO에 성공한다.

 

필 나이트의 <슈독> 이후 이렇게 재미있는 창업 이야기는 처음 본다. 절대 실망하지 않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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