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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의 해부

WiredHusky 2026. 7. 19. 06:39

<동기의 해부>는 <마인드 헌터>의 존 E. 더글라스가 지은 책이다. <마인드 헌터>보다는 내용이 훨씬 풍부하다. 프로파일링 케이스 스터디로 아주 좋고 범죄 소설을 준비 중이라면 여러모로 참고할 부분이 많다. 여기에 몇 가지 유용한 내용을 정리해 둔다.

 

피살자의 시체가 담요로 덮여있거나 얼굴이 가려져 있다면 범인은 죄책감을 느낀 것이다. 죄책감을 느끼는 범죄자라면 성격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용의자를 면식범으로 한정해 지인이나 이웃을 먼저 의심해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소심한 성격일 수 있고 인간관계에 미숙한 외톨이, 주변에선 수줍은 사람으로 평가될 가능성도 높다.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한 게 아닐 수도 있다. 피해자가 반항을 심하게 했거나 범인을 당황하게 만들어 벌어진 우발적 살인도 가정해야 한다.

 

범죄 수단도 아주 중요한 단서다. 총, 칼, 교살, 독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총, 칼, 교살은 범인이 피해자를 직접 마주해야 한다(저격 총이 아니라면). 반면 독살은 그럴 필요가 없다. 죽이려는 사람의 눈을 바라볼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는 범인의 성격과 동기에 큰 차이를 만든다. 살인범들은 피해자를 완벽히 통제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 나아가 성적 쾌락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독살에서는 이런 즐거움을 얻을 수 없다.

 

독살은 좀 더 정교할 필요도 있다. 누군가의 음식에 독을 타거나 주사를 하기 위해서는 은밀히 접근했다 빠져나와야 한다. 피해자가 자리를 비우는 시간을 명확히 알고 있거나 지속적으로 관찰 가능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를 제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독살의 큰 장점이다. 독살은 여러모로 여성 살인범이 택하기 쉬운 수단이다.

 

 

 

범죄 현장을 묘사해 보자. 탁자 위에는 다 마신 오렌지 주스 병과 케이크를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접시가 있다. 냉장고에는 정확히 한 조각이 반듯하게 잘린 홀케이크가 있다. 주스 병과 포크에서 피해자의 지문이 나오지 않았다면 당신은 그걸 범인이 먹었다고 가정해야 한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범인이 이 장소를 아주 편안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범인은 아주 대범한 놈일 수도, 이게 첫 번째 범행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쉽게는 이 집을 자주 방문했던 사람, 피해자가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줄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도망자들은 자기에게 친숙한 장소를 은신처로 삼는 경향이 있다. 온 가족을 살해하고 도망친 가장은 자기가 어릴 때 살았던 지역, 주재원으로 오래 근무했던 나라, 대학 시절을 보낸 곳, 아내를 처음 만난 도시, 군복무를 했던 지방 등으로 숨어든다. 그곳에서 아주 평범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다시 가정을 꾸릴 수도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아마도 망상이겠지만) 살인을 저질렀다면 범인은 아주 홀가분한 상태일 것이다. 살인으로 인해 범죄자의 삶은 다시 살아갈 에너지로 충만해진다.

 

살인에는 분명 트리거가 존재한다. 직장을 다니며 피해망상에 빠진 사람 모두가 동료를 살해하는 건 아니다. 삶에는 붕괴를 막는 여러 기둥이 존재한다. 피해망상에 낮은 고과 평가, 실직, 파산, 이혼, 공개 모욕, 묻지마 살인을 보도하는 뉴스, 그것을 주제로 한 영화 등이 겹쳤을 때 툭, 하고 끊어지며 와르르 무너진다. 안톤 쉬거처럼 순수악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당신은 코맥 매카시가 아니다. 쌈마이가 되지 않으려면 얘는 그냥 싸패야라고 말하는 대신 인물을 다층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동기의 해부>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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