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프로덕디자인
- 피규어 디자이너
- 가구
- 해외 가구
- 인테리어 사진
- 진중권
- 조명
- 램프
- 주방용품
- 킥스타터
- 아트 토이
- 미술·디자인
- 일러스트레이터
- 피규어
- 조명 디자인
- 조명디자인
- 인스톨레이션
- 재미있는 광고
- 가구디자인
- 인테리어 소품
- 인테리어 조명
- 북유럽 인테리어
- 애플
- 신자유주의
- 가구 디자인
- 프로덕트디자인리서치
- Product Design
- 조명기구
- 글쓰기
- 일러스트레이션
- Today
- Total
목록2023/12 (5)
deadPXsociety
근 15년 전 단재 신채호의 를(비봉 출판사) 처음 읽었을 때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당시 나는 치우천왕에 상당히 빠져있었고, 조선의 역사 배경이 원래는 중국 대륙이었으나 일제강점기와 쑨원의 역사 조작으로 한반도에 이식됐다는 이론을, 꽤나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니 민족사학자 신채호가 해주는 말들이 얼마나 쏙쏙 가슴에 박혔겠는가! 비판의 눈을 제거하고 보면 는 정말로 대단해 보인다. 특히 신채호의 이두 해석 능력이 그렇다. 지금이야 우리글이 공기처럼 느껴지는 시대니 그 존재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지만 '이두'라는 걸 보고 나면 아, 우리 민족에겐 우리글이 없었구나!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이두는 대단히 어렵다. 어떨 때는 한자의 음을, 어떨 때는 한자의 뜻을 취해 우리'말'을 표현한..
후성유전이란 아주 쉽게 말해 당신의 경험이 후세로 유전되는 과정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솔깃한가? 내가 외운 영단어나 독서로 쌓은 지식, 스쿼트로 만든 30인치 허벅지를 내 자식에게 그대로 물려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후성유전은 이런 방식으로 동작하지는 않는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배아는 이후에 여러 개의 세포로 분열하는데 이 세포들은 서로 완전히 동일한 쌍둥이다. 신기한 건 어느 시점에 이르러 이 세포들이 머리카락, 뇌, 심장 등 완전히 다른 신체 부위를 구성하는 세포로 변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모든 가능성을 지닌 세포를 우리는 줄기세포라 부른다. 이 줄기세포가 어떻게 구체적 기능을 갖는 세포로 변하는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각각의 세포에 대..
대제국 후한이 멸망하고 그 유명한 위촉오의 짧은 삼국시대가 끝난 뒤 중국 대륙은 이른바 5호 16국이라는 대혼란의 시대를 맞이한다. 이 난세에는 누구나 왕이 될 수 있었고 그 운명은 채 1~2년이 되지 않는 경우도 흔했다. 5호 16국은 점차 북위, 북제, 북주로 이어지는 이민족들의 북조와 송, 제, 양, 진으로 이어지는 한족의 남조로 양분되어 남북조 시대를 이루나 혼란의 400년을 마치고 진정한 통일 왕조를 이룩한 건 바로 북주를 계승한 수나라였다. 그러나 이 수나라도 오래가지는 못한다. 중국의 남과 북을 잇는 대운하를 건설하느라 백성의 원성을 샀고 결정적으로 고구려 원정에서 대패해 국운이 소멸한다. 이 수나라를 멸망시킨 것이 또 다른 선비족(오랑캐) 출신인 당고조 이연이었다. 이연은 수나라를 끝내고 ..
무릇 천하는 뭉치면 흩어지고 흩어지면 뭉친다는 말은 역사의 고금을 통틀어 늘 진실이었다. 나당 연합군이 고구려에 최후의 일격을 가해 삼한이 통일되고 대한민국의 역사는 이로써 한반도에 갇히게 됐다. 경상도에 고립된 천년 왕국의 통치자들에겐 그 땅을 나와 반도를 걷는 것만으로도 천하를 가진 듯 가슴이 벅찼겠지만 철기병을 이뤄 벌판을 달리던 사람들은 도저히 같은 마음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한반도는 다시 세 개로 쪼개져 자웅을 겨루게 된다. 견훤, 왕건, 궁예. 난세는 결국 왕건으로 종결되고 한반도에는 다시 한번 고려라는 통일 왕조가 탄생한다. 고구려를 계승했다던 나라의 이름이 왜 고려인지는 더 이상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 고구려가 곧 고려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고구려와 고려를 혼용해서 썼던 것 같다..
나는 새로운 언어를 찾고 싶을 때 시집을 읽는다. 평소에는 함께할 수 없었던 단어들이 먼 곳에서 찾아와 한 문장을 이룬다. 이게 저 옆에 설 수도 있구나, 저게 이 앞에 올 수도 있구나. 그 낯섦에 읽는 눈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요철이 마음에 걸린다. 두 개가 만나 온전한 그림을 이루는 퍼즐처럼. 이은규 시인의 에는 구름과 바람과 꽃이 흐드러진다. 그러나 이것들은 평범한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이 시에서 구름과 바람과 꽃은 나와 함께 살아가는 친구에 가깝다. 구름이나 바람이나 꽃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것들은 그냥 우리의 옆에 서 있는 자연물이다. 긴 기다림일수록 빨리 풀리는 바람의 태엽 입김을 동력 삼아 한 꽃이 허공을 새어나온다 찢겨진 것들의 화음으로 소란한 봄 꽃은 피는 것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