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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PXsociety
미치오 가쿠는 정말 훌륭한 과학자다. 도 그렇고, 도 그렇고,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핵심만 골라 쉽게 얘기해 준다. 과학이 진보하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대중과의 거리는 멀어지기 마련인데 이 멋진 과학자는 그 간극을 힘껏 당겨 이어 붙인다. 우리가 관심을 갖든 그렇지 않든 전기 자동차의 배터리는 계속 작고 가벼워질 거고, 반도체의 집적도는 높아질 건데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도는 대중의 이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상상력은 이해에서 나온다. 그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야 편견 없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해있는 걸 보면 때로 놀랍기까지 하다. 어린 시절 30년 뒤의 미래를 그리라는 주제가 나오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상대방을 ..
사람들은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한다. 투표는 시민의 권리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권리가 의무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시민이 깨어있어야 한다. 안목을 길러야 한다. 후보의 이미지가 아니라 공약을 읽어야 한다. 숙제가 많아지면 공부는 지겨워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공부를 아무리 많이 해도 나의 결정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놈이나 저 놈이나 똑같다는 것.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주의의 위기는 늘 낮은 투표율로 설명되곤 한다. 위기의 본질을 시민 개개인에게 돌리는 것이다. 플라톤은 '철인정치'를 주장했다. 가장 똑똑한 사람이 나라를 '다스려야'한다는 의미였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말을 했다간 시대착오적인 엘리트주의자, 권위의식에 가득 찬 똥..
인간이 이야기에 빠지는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설명할 수 없는 것,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 인간이 둘셋씩 모여 언어가 발달하기 시작하자 이는 곧 이야기로 발전했다.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힘, 예기치 못한 자연현상, 그러니까 어제까지 안전하고, 따뜻하고,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였던 동굴을 몇 시간 만에 수몰시키는 비바람의 존재가 무엇인지 밝혀야 했다. 미지는 곧 공포였다. 캄캄한 밤, 자꾸만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사실은 유리에 부딪힌 나뭇가지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안도하게 된다. 동굴에 불을 피우고 모여 살았던 인간들은 지역과 종을 막론하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공유했다. 세상에 대한 설명과 근거. 공포를 제거하고 불안을 해소하는 무엇.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