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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서양미술사, 일주일만 읽으면 진중권만큼 안다 - '서양미술사' 본문

[북리뷰] 서양미술사, 일주일만 읽으면 진중권만큼 안다 - '서양미술사'

WiredHusky 2010. 8. 3. 16:31

서양미술사.1미학의눈으로읽는고전예술의세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 예술일반 > 예술사 > 미술사
지은이 진중권 (휴머니스트,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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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어 치웠다. 일전에 진중권을 지식을 대중화하는데 있어 독보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 그의 진가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책을 소개한다. 바로 서양미술사.  

진중권 책의 특징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정리
요약
간지나는 글발

사실 그렇다. 꼭 알아야 한다는 학문일수록 그리고 기초가 되는 분야일수록 그렇게 재미없을 수 없다. 뿌리부터 튼실히 키워야 결국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정작 새벽부터 줄 서서 등록하게 만드는 건 시험에 나오는 것만 콕콕 집어 강의한다는 족집게 과외다.  

물론 진중권을 대중의 입맛에 영합하는 저급한 학원 강사로 치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기엔 
그의 주제와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진중권의 주제는 크게 미학과 현대 문화 비평 그리고 정치다. 정치는 100분 토론에서 많이 보여주고 문화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때 그때 쓰는 편이다. 미학은 그의 특기다. 권수가 가장 많고 내용도 제일 무겁다. 따라서 그의 장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그의 미학은 언제나 미학'사'를 포함한다. 역사는 다양하기 때문에 정리가 필요하고 방대하기 때문에 요약을 해야하며 따분하기 때문에 간지나게 써야한다. 

서양미술사 1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으로 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해서 중세, 르네상스, 마니에리스모를 지나 바로크, 로코코까지 거기서 한 발 더 뻗어 현대 미술에까지 깃발을 꼽는다.  

여기서 모든 장은 각 시대의 양식들이 갖는 색, 선, 구성의 특징을 설명한다. 진중권에 따르면 '체계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공시적인 접근이다. 한편 고대 미술에서  현대 미술까지의 선형적, 시간적 구분은 필연적으로 양식의 변천 과정을 다루게 된다. '학설사'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통시적 접근이다. 

이로써 그가 주장하는 헤겔의 방법, '논리적인 것'과 '역사적인 것'의 통일이 이 한 권의 책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우리는 미술에 대한 중요한 두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첫째는 그림 자체를 어떻게 보고 읽어야 하는가 이다. 각 시대의 화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떤 선과 색과 구성으로 드러났는가. 이를 통해 우리는 중세와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그림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둘째는 그럼 이 그림들이 도대체 왜 시대마다 다르게 표현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미술 재료나 기술의 차이에서 오기도 하고 시대 정신, 지각방식의 변화가 반영되기도 한다. 심지어 특정 시대에는 비평이 만들어내는 문화 코드가 변화를 이끌기도 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미술과 기술-사회-문화가 관계 맺는 방식을 알게 되며 비로소 미술'사'의 흐름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진중권의 책은 언제나 꽉 차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손에 쥔 것만으로도 모범생이 될 수 있다는 전교 1등의 전설적 노트 필기를 쥔것 같달까? 그럼에도 따분하거나 어렵지 않다는 건 누누이 강조하듯 진중권 최고의 능력인 듯 하다.  

그래서 그의 저작은 잘 만든 대중 문화의 키워드인 '웰메이드'를 연상시킨다. 대중들이 진중권에 열광하는 이유도 어쩌면 품격 높은 대중문화에 대한 찬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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