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인테리어 사진
- 가구디자인
- 가구 디자인
- Product Design
- 조명기구
- 북유럽 인테리어
- 진중권
- 조명디자인
- 피규어 디자이너
- 일러스트레이션
- 미술·디자인
- 인테리어 조명
- 가구
- 인스톨레이션
- 신자유주의
- 조명
- 해외 가구
- 프로덕디자인
- 주방용품
- 인테리어 소품
- 재미있는 광고
- 킥스타터
- 애플
- 램프
- 피규어
- 아트 토이
- 프로덕트디자인리서치
- 일러스트레이터
- 조명 디자인
- 글쓰기
- Today
- Total
목록2025/04 (4)
deadPXsociety

제논에 대한 나의 집착은 병적이다. 나는 그의 역설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뜬구름 잡는 헛소리들에 비해 그의 말은 현실감이 있다. 그러면서도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 매력이다. 진정한 역설이다. 실제와는 다르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지만 그의 역설은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오류가 없어 보인다. 처음으로 해답을 제시한 건 앙리 베르그송이었다. 그는 '지속'이라는 개념으로 이 천재의 역설을 돌파해 나갔다. 이론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나를 설득하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음을 고백한다. 사실 나는 베르그송의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손에 잡힐 정도로 현실감 있는 천재의 역설을 뚫기에 그의 말은 지나치게 복잡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처럼. 나는 0.999... 같은 무한소수가 사실은 1과 같다는 수..

이도유는 인간 세상에서 재림 예수로 불렸지만 그건 틀린 말이었다. 그는 감독관이었다. 예수와 상의해 이 세상에 종말을 가져올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 1999년의 소동은 나도 정확히 기억한다. 연도를 두 자릿수로 인식하는 옛 시대의 프로그램들이 있었고, 이것들이 기간 산업계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보니 99에서 00으로 넘어가는 순간 프로그램들이 1900과 2000을 구분하지 못해 시스템이 오작동, 비행기는 추락하고 핵미사일이 자동으로 발사되어 지구에 대혼란이 닥친다는 시나리오였다. 음모가 아니라, 뉴스에 등장하는 이야기였다. '밀레니엄' 혹은 'Y2K'라 불리던 버그. 종말론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1999년 7월에는 앙골모아 대왕, 일명 공포의 대마왕이 지구에 강림할 예정이었다. 이것은 중세 유럽의 의..

재미있는 책이다. 인간의 멍청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이 바닥을 좀 기어 다녀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사례들이 나오기는 한다. 그게 식상할 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딱 200페이지만 줄여줬다면 완벽했을 것이다. 핵심은 과학적 사고와 건강한 회의주의다. 문제는 이 두 가지를 열심히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점이다. 과학적 사고는 곧 비판이고, 건강한 회의는 말대꾸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모두가 다 좋다는 영화에 고고히 1점을 날리는 평론가를 떠올려보자. 정말 꼴 보기 싫지 않은가? 인간은 기본적으로 쓴소리를 싫어한다. 사고의 문제가 아니라 물질의 문제라서 바뀌기가 더 어렵다. 우리 뇌는 자기 신념과 맞지 ..

은 카를로 로벨리가 쓴 책 중에 가장 읽기가 쉽다. 동양철학에도 조예가 깊은 분이라 안 그래도 어려운 물리학의 세계를 메타포로 덧발라 모호함을 가중하는 분인데, 어쩐 일인지 이 책은 쉽다. 물론 중간중간 사족이 등장하는 건 맞다. 그러나 그 사족도 이해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끝까지 즐겁게 읽었다. 아인슈타인이 중력의 원인을 밝힌 방정식을 내놓은 뒤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 해를 구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처음으로 답을 찾아낸 사람은 정말 의외의 인물이었다. 독일에서 전쟁 중인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참호 위로 빗발치는 포탄의 선율을 들으며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풀어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슈바르츠실트의 해다. 슈바르츠실트가 밝혀낸 해에는 블랙홀의 존재가 내포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