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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커트보네거트 (8)
deadPXsociety
나는 보통 6-7권의 책을 한번에 구입하는 편이다. 책들이 배달되면 제일 먼저 읽을 순서대로 책을 쌓아 놓는 작업을 한다. 책과 관계된 일이라면 그저 멍하니 표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흥분되는 순간은 이제 막 도착한 책을 책상 위에 늘어 놓고 뭐 부터 읽을까 고민하는 이 순간이다. 이번에는 소설이 네 권, 인문서가 한 권, 만화가 두 권이었다. 만화야 정해놓고 읽는게 아니니까 책장으로 직행 한다. 나머지 다섯 권은 보르헤스의 알렙, 코맥 매카시의 국경을 넘어,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이 책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키보키언 씨'였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키보키언 씨'를 가장 마지..
품절되거나 절판되지 않고 살아 남은 커트 보네거트의 번역서 중 유일하게 에세이 한 권 있으니 그게 바로 이 책 '나라없는 사람'이다. 좋은 수필이란 작가의 문제 의식이 소설의 언어로 발화하기 이전의 생생한 감정을 담고 있기 마련이어서 이것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더 쉽게 이해하거나 나아가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들까지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라고 하는건 너무나 평범하고 뻔한 문장이라 커트 보네거트를 기대하는 사람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으니 좀 더 커트 보네거트 식으로 말해보자. 75세인지 76세인지 어쨌든 지구에서 가장 멍청하고 폭력적인 동물의 평균 수명을 훌쩍 넘은 탓에 더 이상 좋은 농담도, 좋은 글도 생산할 수 없다고 생각한 노작가가 최후의 역작을 내놓았으니 그 책이 바로 타임퀘이크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소포클레스는 인생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가장 행복한 삶은 슬픔과 기쁨을 알기 전의 무지에 있다." 그런가 하면 역사상 최고의 예언가로 불리던 노스트라다무스는 또 이런 얘길 한적이 있다. "행복은 무지다." 내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만화 '해와 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많이 알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슬펐다는 것이다." 당신이 삶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유는 단 하나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슬픈 당신을 앞에 두고, 너무 많은 것을 알아낸 수고로 전문가라는 타이틀까지 획득한 심리상담사가 그 많은 지식을 이용해 이렇게 처방한다. "생각이 너무 많으시네요, 며칠 푹 쉬세요." 인간의 뇌는 왜 진화했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딩동댕~..
흔히 '뇌'라고 불리는 3.5파운드의 피묻은 해면체에 재치 넘치고 웃음끼 가득한 소설의 생산 공장을 차려놓은 커트 보네거트는 바로 이 소설 '타임 퀘이크'를 마지막으로 그의 기나긴 필모그래피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커트 보네거트 자신 혹은 그의 팬들이라면 거의 예외없이 이 모든 상황과 감정을 총체적으로 정리하는 한 마디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가는거지.(So it goes) 들어보라. 커트 보네거트 Jr, 흔히 커트 보네거트라 불리는 이 사내는 1922년 11월 11일, 지구가 얼마나 잔인해질지 예상하지 못했던 어리석은 두 남녀의 종족보존욕구에 따라 10개월의 생산 과정을 거친 뒤 이 세상에 태어났다. 더 들어보라. 그는 대학 생활 중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다. 정찰병으로 적의 척후를 살피다 ..
고백하건대, 코맥 매카시 이후로 이렇게 빠져든 소설가는 처음이다. 반전과 평화를 주장하고 재벌과 국가 지도층을 강도높게 풍자하는, 이른바 진보 주의적 사상이 나의 코드와 높은 싱크로율을 이룬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소설이 아주 웃기고 또 짧다는 사실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애써 숨기고 싶지는 않다. 그리하여 나는 '제 5도살장'을 거쳐 '마더 나이트'로,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를 경유한 뒤 마침내 이 소설 '고양이 요람'에 다다르게 되었다. '고양이 요람'은 커트 보네거트의 전매특허인 허무를 메인 디너로, 반전과 반기독교를 사이드 디쉬로 한 블랙 코미디다. 그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언제나 극단적인 인격 장애를 가진 캐릭터들인데, 보라, 여기에도 어김 없이 정신병자가 등장한다..
'꿀벌 이야기에 꿀이 빠질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이야기에는 돈이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다.' 얼마가 있어야 부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10억? 20억? 대기업 회장들에게는 스마트폰 인터넷 뱅킹으로 송금할 수 있는 최저 금액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임금 노동자들에게 '억'은 결코 만만한 액수가 아니다. 그렇다고 20억을 가진 사람을 부자라고 부를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또 다른 문제다. 그럼 8,700만 달러는 어떤가? 이만하면 부자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시골의사는 부자의 기준을 '더 이상 부를 늘려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소설의 주인공 엘리엇 로즈워터는 분명 부자다. 8,700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로즈워터 재단의 이사장. 아무 일을 하지 않아..
살아 있는 생명은 언제나 타인의 삶에 적대적이다. 몇 가지 예. 탁란으로 부화한 뻐꾸기가 둥지 밖으로 작은 새의 알을 필사적으로 밀어 내는 모습. 짐승의 세계에선 원래 그렇다고? 또 다른 짐승의 예. 중세 시대의 십자군 전쟁은 누구를 위한 싸움이었을까? 하나님과 알라는 같은 신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민족에게 서로 다른 명령을 내렸다. 이걸로 수 백년 동안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창 끝에 피를 흘려야 했다. 승자가 얻은 것은 고작 이백년 남짓, 코딱지만한 예루살렘 땅을 차지한 것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전쟁은 비교적 이성적이었다. 그들의 신은 서로 달랐으니까. 아테네가 보기에 아폴론이 심히 역겹다면 부하들을 시켜 침을 뱉고자 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에 유일신, 이 정신분열증을 앓는 ..
도무지 어쩔 수 없는 것이야 말로 '어쩔 수 없는 것'의 본질이라고 나는 쓴 바 있다. 2차 세계 대전의 한복판. 동남 아시아의 한 열도에서는 태평양 너머의 백인들을 위해 기발한 쇼를 기획 중이었다. 제군들! 전 아시아의 산업과 전 아시아의 미개한 인종들이 바로 우리의 지배 아래 비로소 개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머나먼 동쪽에서 적국의 함선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함대는 거대하고 무참합니다. 제군들! 신이 바다를 들어 적함을 깨부쉈던 역사를 기억하십니까! 이번엔 여러분들이 제로센 비행기를 타고 혈혈단신, 적군의 항공모함에 온 몸을 부딪힐 예정입니다. 제군들! 신의 바람을 불러 봅시다. 신민들이 대답한다. *'텐노-헤-카반자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제군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