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피규어 디자이너
- 조명
- 피규어
- 조명 디자인
- 가구디자인
- 킥스타터
- 프로덕트디자인리서치
- 해외 가구
- 신자유주의
- 프로덕디자인
- 조명디자인
- 인스톨레이션
- 램프
- 가구 디자인
- 아트 토이
- 일러스트레이터
- 인테리어 사진
- 일러스트레이션
- 재미있는 광고
- 인테리어 소품
- 북유럽 인테리어
- 인테리어 조명
- 가구
- 애플
- 미술·디자인
- 진중권
- 조명기구
- Product Design
- 주방용품
- 글쓰기
- Today
- Total
deadPXsociety
비하인드 도어_고속도로 휴게소의 잔치국수 본문
더글라스 케네디였나, 아무튼 뭐 그런 류의 장르 소설을 읽으며 새롭게 깨우친 독서 기술이 있다. 한 번에 두 페이지 씩 넘기는 거. 그리고 페이지의 첫, 중간, 마지막 문장만 읽는 것. 그런 망나니 짓을해도 줄거리를 따라잡는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읽는다는 사람들을 보며 도대체 어떻게? 라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얼추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두번째 의문이다. 그렇게 읽는 게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책은 원래 꼭꼭 씹어 완전히 소화를 시켜야 정신에 이로운 게 아니냐는 것이지. 결론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왜?
재미있기 때문이다. 결말을 향해 질주하는 맛이 있다. 흥미는 퇴색되지 않는다. 고조된다. 열매를 갈아 고농도의 압축액을 마시는 것 같다. 왜 그런게 있지 않나.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잠시 쉬는 시간. 버스는 15분 뒤에 출발하고 주문한 잔치국수가 3분만에 나온다. 후루룩 국물까지 다 마셔도 시간은 남아 화장실까지 다녀온다. 버스에 앉으니 뜨거워진 뱃가죽의 열기에 노곤 노곤 행복한 기분이 든다. 모든 음식이 미슐랭 스타를 받을 필요는 없다. 휴게소의 잔치국수는 그 나름의 가치와 맛이 있는 것이다.
<비하이드 도어>는 잘생긴 싸이코패스의 완벽한 함정에 걸린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자에겐 누구보다도 소중한 여동생이 하나 있다. 다운증후군. 부모는 아이를 버리려고했지만 언니는 자신의 인생을 포기해가며 기꺼이 그 책임을 맡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게가 느껴진다. 평생 책임져야 할 장애인 여동생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들과 헤어져야만 했다. 쌓이는 나이가 단순한 숫자로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그 때 조지 클루니를 닮은 마흔살의 유명 변호사가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놀라운 외모에 탄탄한 재력, 완벽한 매너까지. 여기서 팁 하나. 누군가 우리에게 제안을 했을 때 그게 사기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내가 가진 것에 비해, 내가 줄 수 있는 것에 비해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는가. 그렇다면 그건 100% 함정이다. 여자도 어렴풋이 그런 의심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이 개입됐을 때 주고 받음의 크기는 좀처럼 가늠이 되지 않는다. 과도한 배려, 과도한 희생, 과도한 지원은 종종 사랑과 얽혀 숭고한 정신으로 오해된다. 인간이 가진 감정 중 가장 보안이 취약한 게 바로 사랑이다. 그 또는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것. 불행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신과 같았던 남자가 다소 허무하게 무너져버려 아쉬운 점은 있지만 꽤 재미 있게 읽은 소설이다. 특히 맥빠진 결말을 붙잡는 마지막 장은 전율이 돋기에 충분하다. 기대했던 맛은 아니지만, 충분히 맛있게 먹었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틀리지 않는 법, 수학적 사고의 힘 - 마침내 만난 수학책 (0) | 2018.01.28 |
---|---|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 책 읽는 꼰대가 되지 않기 (0) | 2018.01.21 |
10개의 특강으로 끝내는 수학의 기본 원리_간결하고, 아름답고, 우아하다 (0) | 2018.01.07 |
종의 기원_아득한 어둠의 길 (2) | 2017.12.31 |
배반_검은 얼굴의 요사리안 (0) | 2017.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