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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하루키 단편집 (2)
deadPXsociety

는 대학시절 읽었던 책인데, 끔찍하게 지루했던 걸로 기억한다. 도통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즐비했고, 하루키 특유의 쿨함과 자의식 과잉이 합쳐져 자아내는 허세적 분위기가 가득했다. 예컨대 친구의 애인이나 부인과 섹스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화자의 태도나, 남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엄청난 미녀가 유독 하루키를 형상화한 캐릭터와 섬싱을 만들어내거나, 불현듯 경험한 에피파니에 의해 내 영혼을 구성하던 뭔가가 영원히 떨어져 나가고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나일 수는 없게 됐다는 식의 어쩌고 저쩌고 같은 얘기 말이다. 아무튼 이런 얘기를 반복해서 듣고 있으면 생굴에 날계란을 풀어 먹는 것처럼 느끼하다. 그런데 근 30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웬걸,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아니 뭐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꽤 재밌..

하루키의 단편집은 거의 실패하는 경우가 없다. 매끈하게 씻겨져 나온 메밀국수를 후루룩 삼켜 먹는 맛이 있다. 무겁지 않고, 깔끔하다. 은 유독 에피파니라는 테마가 반복되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하루키는 거의 모든 소설에서 이 테마를 써먹는다. 그 자신이 소설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것도 진구 구장의 야외 잔디에 앉아 야구를 보다 타자가 때린 타구를 보는 순간 결정한 것이니, 이 경험이 그의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여러 개의 단편들을 연달아 읽으며 반복해서 마주하다 보니, 적당히 좀 하시지(웃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이 에피파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등장인물들이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변해 버리는 것이다. 인물들은 그 변화를 확실히 인지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