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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본문
한국에서 암살 조직을 다룬 이야기가 내 기억으로는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소지섭이 주연한 영화 <회사원>이고 하나는 김언수 작가의 <설계자들>이다. 둘 다 좋은 기억이 있다. <회사원>은 중반부터 흐르는 로맨스에 결론이 뻔해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도심 한복판에 버젓이 차려 놓은 청부살인 업체의 존재, 그리고 평범하게 출근해서 평범하게 사람을 죽이는 회사원들의 모습에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무엇인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고, 아무튼 꽤 신선했다. <설계자들>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세세한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는 걸로 봐선 엄청난 충격까지는 아니었나 보다. 사실 김언수 작가는 <뜨거운 피> 아니겠습니까? 여담이지만 <뜨거운 피>가 아직이라면 당장 가서 읽어보기 바란다. 천명관의 <고래>와 더불어 이야기의 재미로는 따라올 작품이 없으니까.
그리고 나는 구병모의 <파과>에 이르렀다. 암살 이야기로는 세 번째, 구병모로서는 두 번째인데, 암살 이야기의 결로 따지면 <회사원>에 가깝고 구병모의 결로 보자면 흠, 읽은 게 딱 두 권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다. 하하. 하지만 들은 바를 종합하면 아마 <아가미> 류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파과>, 상당히 재밌습니다. 제가 워낙 이 쪽 이야기를 좋아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유를 살펴보자면 극단의 양면이 한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아이러니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사람의 피를 묻히고 돌아와 손을 씻은 뒤 그 손으로 밥을 짓고 과일을 깎고 로션을 바른다. 이 소름 끼치는 평범함이 관찰 카메라로 훔쳐보는 화려한 스타의 소탈한 일상처럼 잔잔한 평화를 준다. 이상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다 사이코패스 또는 소시오패스인 건데, 거기서 평화를 느낀다니!
<파과>가 다른 점은 주인공이 노인, 그것도 여자라는 점이다. 육체적 강인함이 최고로 요구되는 이 바닥에서 노인, 그것도 여자가 살아가는 모습은 어떨까? 회사원은 늘 둥지에서 쫓겨나는 공포 속에 살지만 '여자' 회사원들은 그 공포가 두 방향에서 들어온다. 하나는 성별에서, 하나는 나이에서. 운 좋게 이 모두를 피해 간 사람도 결국 '늙은 여자'라는 그물에서는 빠져나올 수가 없다. 이런 감정이 층층이 쌓여 <파과>는 신선하다. 액션이 조금 떨어지는 맛은 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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