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조명
- 인스톨레이션
- Product Design
- 애플
- 가구
- 프로덕트디자인리서치
- 인테리어 사진
- 킥스타터
- 일러스트레이션
- 인테리어 조명
- 아트 토이
- 주방용품
- 신자유주의
- 가구 디자인
- 프로덕디자인
- 일러스트레이터
- 가구디자인
- 진중권
- 피규어
- 해외 가구
- 미술·디자인
- 인테리어 소품
- 북유럽 인테리어
- 조명 디자인
- 조명디자인
- 글쓰기
- 피규어 디자이너
- 재미있는 광고
- 조명기구
- 램프
- Today
- Total
deadPXsociety
미적분 직관하기 본문
제논에 대한 나의 집착은 병적이다. 나는 그의 역설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뜬구름 잡는 헛소리들에 비해 그의 말은 현실감이 있다. 그러면서도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 매력이다. 진정한 역설이다. 실제와는 다르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지만 그의 역설은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오류가 없어 보인다.
처음으로 해답을 제시한 건 앙리 베르그송이었다. 그는 '지속'이라는 개념으로 이 천재의 역설을 돌파해 나갔다. 이론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나를 설득하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음을 고백한다. 사실 나는 베르그송의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손에 잡힐 정도로 현실감 있는 천재의 역설을 뚫기에 그의 말은 지나치게 복잡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처럼.
나는 0.999... 같은 무한소수가 사실은 1과 같다는 수학적 증명을 보고 나서야 제논의 역설을 박살 낼 수 있었다. 내게는 정말로 충격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 증명을 다른 글에서도 지겨울 만큼 언급했다.
카를로 로벨리의 <화이트홀>을 읽고 난 뒤엔 그동안 이렇게 쉬운 해결 방법을 왜 찾지 못했는가를 두고 한탄하기도 했다. 공간은 양자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연속적으로 보이는 이 세계가 실은 아주 작은 픽셀, 한 없이 작은 모눈종이 위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 0.1 또는 0.5 픽셀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운동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정확히 한 픽셀씩 전진한다. 공간은 무한히 쪼개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 최소 단위를 '플랑크 길이'라고 부른다.
<미적분 직관하기>는 새로운 개념으로 풀이를 시도한다. 바로 정사각형을 한 없이 쪼개는 것이다. 그 작은 조각들을 모두 더했을 때의 넓이는 무엇이겠는가? 제논은 무언가를 무한히 쪼개 무한히 더하면 그 결과가 무한해지는 것처럼 우리를 속이지만, 쪼개지기 전에 존재했던 정사각형의 넓이는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한다. 조각을 아무리 잘게 나눠도 그 모든 것의 합은 결국 원래 정사각형의 넓이다. 그보다 한 치도 더하거나 뺄 수 없는 바로 그 자체.
물론 억지를 부릴 수는 있다. 당신이 조각들을 모두 모아 넓이를 더할 수 없게 계속 정사각형을 쪼개겠다고 말이다. 더 있나요? 네 여기 하나 더 있습니다. 끝인가요? 아니요 하나가 더 있습니다. 이제 정말 끝인가요? 아니요 여기 하나가 더...
이 책은 미적분을 추상적으로 탐구하지 않는다. 저자는 고등학교 수학 교사고, 시험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다. 책 속에는 무려 '수능 기출문제'가 거의 매장 등장한다. 솔직히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 문제를 직관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신선했다. 같은 수식끼리 나누고 곱하고 이항 해서 더하고 빼고가 아니라 공책에 그림을 그려 해결한다. 일찌감치 이런 방법을 알았더라면 나는 수십 년 전 수능 시험에서 수학 문제를 찍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랬다면 내 인생은 비단길 위를 달렸을 텐데...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와 기름 (0) | 2025.04.20 |
---|---|
페이크와 팩트 (0) | 2025.04.13 |
화이트홀 (0) | 2025.04.06 |
고잉 인피니트 (0) | 2025.03.30 |
로재나 (0) | 2025.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