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인테리어 사진
- 가구디자인
- 신자유주의
- 인스톨레이션
- 미술·디자인
- 일러스트레이터
- 애플
- 글쓰기
- 인테리어 조명
- 가구
- 조명 디자인
- 킥스타터
- 진중권
- 피규어
- 인테리어 소품
- 북유럽 인테리어
- Product Design
- 해외 가구
- 주방용품
- 조명디자인
- 조명기구
- 램프
- 가구 디자인
- 조명
- 아트 토이
- 재미있는 광고
- 프로덕디자인
- 피규어 디자이너
- 프로덕트디자인리서치
- 일러스트레이션
- Today
- Total
목록책 (736)
deadPXsociety

닌텐도는 정말 정말 신비한 회사다. 죽을 듯 죽을 듯하면서도 기적같이 살아나고, 그 방식 또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하다. 갈라파고스 같은 일본 문화의 정수를 심장에 박아 넣은 기업인데, 바로 그 고유함으로 세계에 족적을 남겼으니 정말 놀랍다는 것 말고는 할 말이 없다. 레지널드 피서메이는 무너져가는 닌텐도에 입사해 제2의 전성기를 이끈 미국 법인의 사장이다. 마케팅 출신의, 대단히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인물로 그로스(growth)에 특화된 인재로 보인다. 침몰하는 배의 키를 맡기에는 제격이었던 셈! 사람들은 성공 신화의 뒤에 늘 위대한 지도자가 있다고 믿는다. 완전히 틀린 믿음은 아니다. 닌텐도DS와 Wii의 전 세계적 히트에는 레지널드 피서메이, 이와타 사토루, 미야모토 시게루라는 삼위일체가..

그래, 타임머신 얘기가 657페이지부터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제목이 이니까, 그래도 중반부터는 시작될 거라 생각했다. 이 책은 707페이지가 끝이다. 앞에서 무슨 얘기를 한 걸까?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이 나오고 백색왜성의 신비를 풀어내고 곡률의 잔물결을 설명한 뒤 블랙홀의 증발과 안쪽의 상황을 전해준다. 그러니까 핵연료를 소진한 별이 내폭파하여 블랙홀이 되는 과정을 이런저런 얘기에 태워 보내는 게 이 책의 임무다. 기대했던 이야기를 만나기에는 너무 먼 여행을 가야 한다. 사건의 지평선을 건너 영원히 박제된 광자처럼, 기다림은 영원에 가깝다. 저자 킵손이 대중에 알려진 건 영화 덕분일 것이다. 모든 걸 실제로 구현하는데 미친 남자 크리스토퍼 놀란은 단순한 블록버스터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세계적..

어슐러 K. 르귄은 왜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했을까? 을 읽고 나니 딱 그 생각이 떠올랐다. 같은 장편으로 비교한 게 아니니 올가 토카르추크 입장에선 좀 억울할 수 있겠지만 재미는 어슐러 K. 르귄 쪽이 더 나았다. 더 명확하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어슐러 K. 르귄이 '사회적'이라면 올가 토카르추크는 뭐랄까, 올개닉(organic) 요거트 같은 느낌이 있다. 히피스럽기도 하고, 마주치면 '피스'를 외칠 것도 같고, 무정부주의적이면서, 자연친화적이다. 전자가 인간 사회에 깃든 병에서 소재를 배양해 이야기를 직조한다면 후자는 지구 위를 굽어보며 툭 튀어나온 인간의 이상 행동을 관조한다. 르귄의 메타포들은 우리에게 성차별이나 빈부격차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고 그것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것인지 알려준다. ..

이융기는 젊은 시절 꽤 배포가 있었다. 좋게 봐줘도 황위와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연이 멀다고 할 수밖에 없는 그가 역사의 무대로 오르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능한 위 황후와 안락공주 때문이었다. 본디 큰 권력이 사라지고 나면 그 공백의 크기를 메우기가 쉬운 게 아니다. 천하에 인재가 아무리 많아도 무측천에 비할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였을텐데 하물며 그 좁디좁은 황가의 인력풀에서는 오죽했겠는가. 그래서 이 여황의 자리는 덕도 능력도 없는 자들의 수중에 떨어졌다. 위 황후는 무측천을 밀어내고 황위에 오른 중종의 아내였고 안락공주는 그녀의 딸이었다. 두 사람은 생각했다. 나라고 왜 여황이 될 수 없겠는가? 선례는 많은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준다. 이 꿈은 특히 무능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더 크게 자란다. 중종이 천명..

무측천이다. 기나 긴 중국 역사에 기록될만한 여자가 어찌 한 둘이겠냐마는, 그 수많은 여인들 중 오직 무측천만이 황제에 등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무측천이다. 여황 폐하다. 본디 무측천은 태종 이세민의 보잘것없는 후궁에 불과했다. 당나라 시대의 후궁 제도는 1후, 4비, 9빈, 27세부, 81어처로 나뉘는데 당연히 후가 으뜸이고 비, 빈, 세부, 어처 순으로 지위가 나뉜다. 27세부는 다시 첩여, 미인, 재인의 세 등급으로 나뉘고 각 등급당 9명이 배정된다. 무측천은 이중 정 5품 재인으로 27세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지위의 후궁이었다. 뽐낼 거라고는 그저 81명으로 구성된 어처보다는 지위가 높았다는 것. 이랬던 그녀가 무측천이 될 수 ..

우리 신체에서 가장 신비로운 기관을 꼽으라면 뇌일 것이고 뇌의 동작 중 가장 신비한 걸 꼽으라면 아마 꿈일 것이다. 꿈은 우리 무의식에 숨은 욕망을 드러내거나, 낮동안 경험한 감정적 상처를 되풀이하거나, 심지어 미래를 예지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꿈의 원인은 이 모두일 수도 있고 이 중 어느 것도 아닐 수 있다. 확언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연구의 역사가 놀라울 정도로 짧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촉발한 꿈의 해석은, 1970년대에 등장한 '활성화-통합 가설'이 꿈은 단지 뇌에서 무작위적으로 만들어진 자동발화 전기 신호를 무의미하게 반영하는 현상일 뿐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다시 수면 속으로 잦아들었다. 21세기의 최신 연구는 꿈이 '근심과 불안을 시뮬레이션하고 중요한 경험을 장기 기억으로 넘기기 위한 재..

은 의 오마주다. 완전히 동일한 구조에 동일한 캐릭터를 배치하고 똑같은 주제로 감아올려 그 유명한 그린 라이트 위에 올린다. 개츠비가 그랬듯, 그의 빛은 서서히 하강하여 어둠 가득한 지하로 가라앉는다. 개츠비의 롱아일랜드는 성수로, 데이지의 웨스트에그는 압구정으로 변한다. 밀수업자였던 개츠비는 미국에서 혈액 한 두 방울로 주요 암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로 크게 성공한 뒤 암호화폐를 개발해 국민적 영웅이 된 벤처 사업가로 활약한다. 테라노스와 테라폼랩스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 성공이 얼마나 위태로운 난간 위에 서 있는지 알 것이다. 개츠비가 위대했던 이유는 그 모든 성공이 전부 수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전설적 소설의 배경은 1920년대의 미국이었고, 때는 바야흐로 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번영 속..

이 책은 내게 '극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남긴 채 끝난다. 나는 극한을 설명하는, 15페이지가량을 두 시간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차례 읽었으나 결국엔 이해하지 못했다. 수학적으로 전혀 모순일 수 없는 이 현상이 나에게는 완벽한 미지로 남아있다. 지금부터 이 혼란을 몇 가지 공유해 보겠다. 1을 3으로 나누면 0.333... 과 같이 3이 무한히 계속되는 소수가 된다. 이 자체로는 놀라울 것이 전혀 없다. 공포를 드러내는 건 각 항에 3을 곱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1 / 3 X 3 = 0.333... X 31 = 0.999... 식은땀이 흐르는가? 0 다음 9가 무한히 계속되는 소수는 1에 무한히 가까워질 수는 있어도 절대 1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이 나같이 평범한 인간들의 직관이다. 우리의 수학..

칭기즈칸에게는 500명의 부인과 후궁들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부인은 다섯 명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첫 째 부인 부르테 푸진은 모든 아내들 가운데 첫 째였으며 명망 높은 네 아들과 다섯 딸의 어머니였다. 네 아들의 이름은 주치, 차가다이, 우구데이, 톨루이였다. 톨루이는 가장 중요한 아들이었다. 막내였고, 몽골은 막내아들이 아버지의 모든 것을 승계하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톨루이에게는 뭉케와 바로 그 쿠빌라이, 훌레구, 아릭부케라는 아들이 있었다. 훌레구의 첫째 아들은 아바카였고 아바카의 첫째 아들은 아르군이었으며 아르군의 첫째 아들은 가잔이었다. 가잔 칸은 이슬람의 제왕이라 불리며 중동을 지배했다. 그는 재상 라시드 앗 딘을 시켜 몽골의 역사를 작성토록 명한다. 가잔 칸은 세계사를 남기기 위..

의 유명세 탓에 나쓰메 소세키를 말랑말랑한 소설가로만 아는 경향이 있는데, 소세키의 걸작은 사실 환상 문학이라는 장르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난 단 하나의 단편을 읽었을 뿐이지만 그 충격은 소세키의 모든 작품을 다 합쳐도 부족할 정도의 전율을 느꼈다. 그 소설은 글로 닿을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한계는 오직 작가의 재능에 달린 것일 뿐, 글이라는 수단이 갖는 문제는 아니었다. 과거에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유명한 선생님의 문하생이 되어야만 했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스승의 추천으로 등단한다. 나쓰메 소세키라 함은, 한 때 천 엔짜리 지폐에 인쇄될 정도로 일본에서는 영향력이 있는 작가다. 얼마나 많은 문하생을 거느렸겠는가. 우치다 햣켄은 소세키의 문하생이었고, 환상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