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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책 (737)
deadPXsociety
안정효는 나에게 번역가로 더 익숙한 사람이다. 우리 집에 있는 책만 헤아려 봐도 그가 번역한 책이 벌써 몇권이다. 얼핏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최후의 유혹과 G.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이 눈에 잡힌다. 그런데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리스 사람이고 G.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사람이다. 그리스 사람은 그리스어를 쓰고 콜롬비아 사람은 스페인어를 쓴다. 뭐 이리 빙빙 돌려 말하냐고 따져 묻기 전에 생각해 보자. 두 대륙의 물리적 거리만큼 큰 차이가 있는 두 작품을 한 남자가 번역한다. 그것도 한 시대를 들었다 놓은 대가들의 작품을. 이런 번역은 맡긴 사람보다 맡은 사람을 칭찬해 줘야 한다. 맡긴 쪽은 약간 무책임하다. 맡긴 쪽이 무책임한게 아니라면, 아마도 역자에게 어마어마한 신뢰를 주고 있는 것이리라. 힐끗 보니 ..
기타노 타케시는 코미디언이다. 무엇으로 데뷔했냐하면, 만담이다. 내 세대에서 만담이라고하면 많이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도대체 뭘 어떻게 했다는건지 알 길이 없지만, 이와이 슌지 감독의 '하나와 앨리스'를 보면 주인공 아오이 유우가 사랑하는 잘생긴 남자 선배가 바로 만담 동아리의 회원이라는걸 볼때, 일본에서는 이 만담이라는 것이 모든 세대가 보고 즐기는 인기있는 오락거리라는걸 추측해 볼 수 있고, 그렇다면 만담을 잘해서 전국적인 인기를 모았다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 어쨌든, 택시 기사에서 다방 웨이터 백화점 점원에서 앨리베이터 보이까지, 블루 칼라 노동직을 전전하던 기타노 다케시는 1974년 자신이 일하던 그 앨리베이터에서 비트 기요시를 만나 만담 콤비 '투 비트'를 결성한다. 첫해 '투 비..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소포클레스는 인생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가장 행복한 삶은 슬픔과 기쁨을 알기 전의 무지에 있다." 그런가 하면 역사상 최고의 예언가로 불리던 노스트라다무스는 또 이런 얘길 한적이 있다. "행복은 무지다." 내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만화 '해와 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많이 알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슬펐다는 것이다." 당신이 삶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유는 단 하나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슬픈 당신을 앞에 두고, 너무 많은 것을 알아낸 수고로 전문가라는 타이틀까지 획득한 심리상담사가 그 많은 지식을 이용해 이렇게 처방한다. "생각이 너무 많으시네요, 며칠 푹 쉬세요." 인간의 뇌는 왜 진화했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딩동댕~..
그림은 보는게 아니라 읽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림이 처음부터 읽기의 대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때는 미술도, 그저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화가들의 지위는 'Ego'와 'Creative'의 화신인양 거드름을 피우는 오늘날의 Artist와는 달랐다. 그들은 돈을 받고 그림을 그렸고 자신을 후원하는 귀족이나 왕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쫓겨날 수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불과했다. 이런 직업이라도 갖고싶은 사람은 공방에 들어가 도제 수업을 받아야 했는데, 그곳에서 가르치는건 예술이 아니라 물감을 섞고 소실점을 찾는법 즉, '기술'이었다. 상황을 어렵게 만든건 비평가들이다. 비평가들은 ..
흔히 '뇌'라고 불리는 3.5파운드의 피묻은 해면체에 재치 넘치고 웃음끼 가득한 소설의 생산 공장을 차려놓은 커트 보네거트는 바로 이 소설 '타임 퀘이크'를 마지막으로 그의 기나긴 필모그래피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커트 보네거트 자신 혹은 그의 팬들이라면 거의 예외없이 이 모든 상황과 감정을 총체적으로 정리하는 한 마디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가는거지.(So it goes) 들어보라. 커트 보네거트 Jr, 흔히 커트 보네거트라 불리는 이 사내는 1922년 11월 11일, 지구가 얼마나 잔인해질지 예상하지 못했던 어리석은 두 남녀의 종족보존욕구에 따라 10개월의 생산 과정을 거친 뒤 이 세상에 태어났다. 더 들어보라. 그는 대학 생활 중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다. 정찰병으로 적의 척후를 살피다 ..
이번에 장하준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었다. 특히 IMF 이후로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우리가 한국 기업이라고 철썩같이 믿어온 수 많은 기업들이 사실은 정체불명의 외국인들의 소유였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물론 50%가 넘는, 때때로 70~80%에 이르는 외국인들의 주식 보유 비율을 모르고 있었던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기업 경영과 우리 사회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몰랐던 것은 사실이다. 나는 연봉 인상에 인색하고 선행 투자에 소극적인 회사에 분노만 할 줄 알았지 그런 행동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주자본주의와 한국 기업의 지배 구조에 대해 다시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주주자본주의가 대충 무엇인지는 앞에 ..
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혹시 방글라데시라고 아는가? 나는 어릴 적,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라고 배웠다. 그리고 당시 선생님께선, 대한민국의 사람 수도 너무 많아 언젠가 방글라데시처럼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곁들였던 것 같다. 아마도 선생님은, 그래도 아시아에선 꽤 잘나가는 나라의 초등학교 교사로서, 암울했던 60-70년대의 절대 빈곤을 떠올리며,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나갈 어린이들에게 국제 정세의 이해를 통한 반면교사의 진리를 깨우쳐줘야 한다는 의무를 느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수업 지도 참고서에 이런 말을 곁들이면 좋다고 나와있었던 걸지도 모르지. 아무렴 어때. 어쨌든 수 십 년이 지난 오늘 방글라데시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
장하준은 워낙 글을 쉽게 쓰는 사람이라 인터뷰 같은 건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책을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쌍방향 소통. 묻고 답하기. 때때로 말대꾸와 반박. 이런건 일반 저술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다. 저자와 직접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도 있지만 좋은 답변에는 언제나 좋은 질문이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에서 말대꾸와 질문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지승호다.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전문 인터뷰어라고 한다. 여기다가 장하준의 후배 윤미선 박사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빈재익 박사가 더해졌다. 네 사람은 모닥불을 피워 놓고 담소하듯, 신자유주의와 주주자본주의를 깐다. 뒷담화만큼 재밌는 일은 참 드물다. 신자유주의의 나쁜 점이라면 수 백..
고백하건대, 코맥 매카시 이후로 이렇게 빠져든 소설가는 처음이다. 반전과 평화를 주장하고 재벌과 국가 지도층을 강도높게 풍자하는, 이른바 진보 주의적 사상이 나의 코드와 높은 싱크로율을 이룬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소설이 아주 웃기고 또 짧다는 사실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애써 숨기고 싶지는 않다. 그리하여 나는 '제 5도살장'을 거쳐 '마더 나이트'로,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를 경유한 뒤 마침내 이 소설 '고양이 요람'에 다다르게 되었다. '고양이 요람'은 커트 보네거트의 전매특허인 허무를 메인 디너로, 반전과 반기독교를 사이드 디쉬로 한 블랙 코미디다. 그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언제나 극단적인 인격 장애를 가진 캐릭터들인데, 보라, 여기에도 어김 없이 정신병자가 등장한다..
기독교란 말은 언제나 사람들을 광분케 한다. 광분하는 사람들은 흔히 세 종류로 나뉘는데 첫 번째 부류는 하나님의 존재와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의 재림을 믿는 온건파 기독교인이고 두 번째는 한국 기독교의 난잡한 번식을 비웃고 그 거대화를 맹렬히 비난하는 반기독교파이며 세 번째 부류는 종교적 체험은 오로지 주관적 경험에 의해서만 증명될 수 있으므로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 둘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믿는 중도파다. 만약 술자리라면 주로 반기독교파 친구가 침을 튀기며 목소리를 높이고 온건파 기독교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들으며 마지막으로 중도파가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며 건배를 제안하는 장면이 목격될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는 대단히 점잖은 케이스고 좀 더 흔하게는 고성이 욕설로, 욕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