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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위기 대응 노트

WiredHusky 2021. 10. 10. 09:34

<조선의 위기 대응 노트>는 왕조 500년간 조선에 닥친 위기에 역대 왕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평가한 책이다. 조선에는 태조에서 고종까지 총 26명의 왕이 있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왕은 10명 남짓이다. 위기란 대응에 성공을 했든 실패를 했든 배울 게 있는 법인데 26명 중 반도 안 되는 수가 등장하는 걸 보면 나머지 왕의 치세 기간에는 위기가 없었거나 있었다 하더라도 뽑아 먹을 게 없었던 모양이다.

 

이 책은 리더의 선택에 초점을 맞춰 위기 대응법을 논한다. 이런 책은 논지가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누가, 어떻게 해서 위기를 벗어났는가. 답안이 단순 명료하다. 다만 그만큼 생각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도저히 풀리지 않던 수학 문제의 해답을 봤을 때 이게 이렇게 쉬운 문제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며칠 뒤 동일한 문제를 또 만났을 때 풀이는 영 생각이 나지 않는다. 생각 없이 해답만 읽었을 때의 문제점이다.

 

한편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을 과대평가한다는 문제도 있다. 올바른 방향, 비전, 전략,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언제나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걸까? 개개인의 바람과 욕망, 지혜가 결집하여 아래서부터 위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가는 건 아닐까? 역사의 주인은 우리라는 말에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현실에서는 늘 위대한 지도자의 강림을 바라는 모순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을 땐 위대한 영도자의 뽕에 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의 선택은 언제나 우리의 바람과 욕망, 지혜에 뿌리를 둔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열매가 맺어지는 것이다. 심지어 왕조 국가인 조선에서조차 왕이 양반의 반대로 원하는 정책을 시행할 수 없었다. 하물며 그 양반들이 직접 투표하여 왕을 뽑는 오늘날에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조선의 위기 대응 노트>는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그다지 참신한 시각을 보여주는 책은 아니다. 동아 비즈니스 리뷰에 연재했던 칼럼을 재구성한 것이라는데, 지면의 한계였는지 깊이가 좀 아쉽다. 시간이 없는 리더들은 언제나 원포인트 레슨을 원하는 모양이다. 줄기차게 해답만 본다고 진짜 시험에서 문제를 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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