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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가난을 부르고 부는 부를 부른다 -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본문

가난은 가난을 부르고 부는 부를 부른다 -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WiredHusky 2010. 12. 15. 08:30




모두가 재테크에 열을 올린다. 친한 친구가 적립식 펀드로 몇 배의 수익을 냈다는 말을 들으면 차곡차곡 모아뒀던 적금이 흔들린다. 혹은 누군가 Daum 주식을 2만원에 2천만원 사뒀다가 8만원에 팔아 벤츠 컨버터블을 샀다는 말을 들으면 오랜 시간 면벽수련을 해오던 무욕자들의 등줄기도 찌릿찌릿 소름이 돋는다.

20년전, 송강호는 김상경에게 드롭킥을 날리며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고 물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아무도 우리
시대에 대해 묻지 않는다. 모두가 '돈의 왕국'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골의사는 부자의 기준을 '더 이상 부를 늘릴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부자가 되고 못되고는 자신이 가진 절대적 부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마음 가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재테크 강의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면 아마도 헛웃음을 듣거나 오랜 시간 속세를 떠나있어 세상 물정을 모르는 도인쯤으로 취급 받을 것이다. 사람들이 투자에 대해 알고 싶은 건 단 하나다. 주식이라면 어떤 종목이 오를 것이냐, 부동산이라면 어느 아파트가 오를 것이냐 하는 것 말이다.

혹시 재테크를 하는 이유가 조금 이라도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가? 만약에 그렇다면 당신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황금이 숨겨져있는 정글은 수 십년간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과 금융 공학을 전공한 특급 인재들 그리고 초대형 투자사와 은행이 경합을 벌이는 사냥꾼들의 섬이다.

사냥꾼들은 정글을 살찌울 유동선 자산을 아주 손 쉽게 얻는데 그건 바로 안전한 대륙에서 배를 타고 도착하는 욕망에 눈 먼
사람들, 바로 당신의 주머니를 털어 얻어진 것들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엘도라도의 꿈은 멈추지 않는다. 저마다 합당한 논리를 가슴에 품고 저 머나먼 바다로부터 끝도 없이 밀려든다.




시골의사는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 보다는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되는 게 훨씬 쉽다고 했다. 예를 들어 당신이 100억원 상당의 원유가 매장되어 있는 해저층을 알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위치를 정확히 아는건
아니고 한 10번 정도 바다를 쑤시면 나온다고 하자. 바다를 한 번 탐색할 때 드는 비용은 1억이다. 만약 당신이 10억원의 현금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이 탐사는 매력적인 투자다. 그러나 1억원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건 분명히 도박이다.

리스크란 부자일 수록 품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가난한 사람에겐 반드시 피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 현상이 벌어진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껴안으려 한다. 이 정도 돈은 없어져도 그만이라 생각, 내가 던지면 언제나 모가 나올 거라 생각하는 심리, 그리고 이제는 알만큼 알았다는 자만심이 당신을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는 가난의 지옥으로 빠뜨린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부자가 되려면 먼저 부자가 되야한다. 그럴려면 사돈의 팔촌이 땅을 사도 점잖게 있을 줄 알며 돼지 저금통을 깨서 한 주식투자가 수십 억이 됐다는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작지만 꾸준히 이익을 내고 약간의 금리 차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하며 ATM기의 수수료를 아까워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승리하는 사람'이 되야 한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부자가 되는 길은 자신의 현재 수입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수입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은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을 재테크의 세상으로 인도하는 수 많은 시정잡배들은 노후 자금 10억 만들기과 국민 연금의 고갈 등을 운운하며 공포감을 조성할 뿐이다. 그들은 적당히 게임의 법칙을 설명해 준 뒤 이제는 게임을 시작해야 될 때라고 속삭인다. 눈 앞에 다가온 재앙이 당신의 모든 것을 쓸어 담을 자루를 들고 서 있는데도 조바심이 난 당신은 지갑을 열고 적금을 깨고 아이가 모은 돼지 저금통까지 그러쥐며 대박의 흥분에 취해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눈치챘을 땐, 이미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뒤일 것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은 투자 입문서라기 보단 경제학 책에 가깝다. 저자는 부동산이란 무엇이며 주식이란 어떤 것이고 어디에 얼마를 투자해야 노후자금 '10억'을 벌 수 있는지 말하지 않는다. 대신 가격이란 무엇이고 금리란 어떤 것이며 가격과 금리의 변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변동하는 원리는 무엇인지를 경제학의 차원에서 설명한다. 따라서 이 책은 시중의 어떤 그 투자 입문서보다 부의 본질에 근접해 있다.

돈을 벌어 보겠다고 모여든 사람들에게 이런 강의를 해주는건 웬만한 배짱과 철학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나는 시골의사 박경철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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