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PXsociety

브라이언 싱어의 귀환, X-Men 퍼스트 클래스 본문

영화

브라이언 싱어의 귀환, X-Men 퍼스트 클래스

WiredHusky 2011. 6. 14. 22:21






이미 알고 있겠지만 X-Men 퍼스트 클래스는 X-Men 시리즈의 프리퀄이다. 배경은 1960년대 미국. 대통령은 존 F.케네디. 굳이 그 시절의 대통령을 언급한 이유는 이 영화가 존 F.케네디 재임 시절 있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때문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보자.

때는 바야흐로 냉전시대. 소련과 미국이 군비 확장에 열을 올리고 전 세계가 핵 전쟁의 위협에 벌벌 떨던 시절 이 위협이 현실로 다가온 사건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쿠바 미사일 사태다.

이는 사실 미국이 초래한 사건으로
미국이 터키와 중동에 ICBM(대륙간 탄도탄: 핵탄두를 실어 보낼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자 이에 대응하여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면서 발생했다. 소련의 미사일 기지 건설 과정이 미국의 첩보 기관에 의해 발각되자 존 F.케네디는 '즉각 건설을 중단하지 않으면 제 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는 과격한 발언으로 온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다.

물론 역사적 사실은 기가 꺽인 소련이 미사일 기지 건설을 중단하면서
존 F. 케네디를 미국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 진정한 자유의 수호자로 만들어 주지만 영화는 이 위기가 사실은 X-Men들의 활약으로 해결됐음을 가정한다.





X-Men 퍼스트 클래스가 전작과 다른 한 가지. 그건 바로 X-Men 1, 2편의 감독이자 불과 26살의 나이에 '유주얼 서스펙트(Usual Suspect, 1995)'를 연출한 천재 감독 브라이언 싱어가 제작과 각본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에릭(매그니토)의 과거가(유태인으로서 고통 받은)
비중있게 그려지고 '뮤턴트'라는 것이 가진 상징적 의미가 심도있게 다뤄진다.

사실 X-Men에서 뮤턴트들은 단순히 초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만화가 처음 등장했을때 부터 뮤턴트는 사회적 약자들을 상징했다. 1963년의 미국 사회에선 그 약자가 바로 극심한 인종 차별을 당하던 흑인들이었다. 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인들의 멸시를 받는 뮤턴트들에서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공평한 기회를 박탈 당하고 무자비한 폭력에 짓밟혀야 했던 흑인들을 떠올리는 건 당시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37년 뒤, 브라이언 싱어는 이 뮤턴트들을 스크린 위로 불러 모아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만든다. 하지만 브라이언 싱어의 목표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었다. 그는 원작이 가진 사회적 메시지를 그대로 계승하길 원했고 뮤턴트들이 가진 초능력이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상징으로 비춰지길 바랐다. 

이런 이유로 X-Men 1, 2편은 주인공들이 가진 초능력의 화려함 보단 오히려 그것을 갖게 됨으로써 겪어야했던 역설적 아픔들에 초점을 맞췄다. 결론적으로 21세기의 뮤턴트들은 1963년의 흑인을 넘어 다양한 유색 인종, 소수 문화, 동성애자 등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마이너리티들을 상징하게 됐다.

브라이언 싱어가 뮤턴트들을 다루는 방식은 확실히 기존의 블록버스터 감독들과는 달랐다. 그는 뮤턴트들을 유랑극단의 신기한 괴물들처럼 취급하지 않았다. 마치 자기 내면의 깊숙한 상처를 들춰보는 사람처럼 그의 행동은 조심스럽고 진지했다. 나는 최근에 와서야 이런 태도의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브라이언 싱어 자신이 유태인이자 동성애자였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X-Men 1, 2는 아주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연기자들은 빔을 쏘고 날아다니는 걸 즐기기 보단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인식에 집중했고 이는 원작 시리즈가 암시하는 뮤턴트들의 의미를 완벽히 반영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시리즈의 3편에(X-Men: 최후의 전쟁, 2006) 이르러 완전히 반전되어 X-Men은 그저그런 액션 영화가 되고 만다. 전작의 영광을 위해 3년 뒤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이 개봉되지만 이 영화는 망가진 3편과 비교해봐도 처참할 정도의 재앙이었다. 이는 모두 브라이언 싱어가 슈퍼맨 리턴즈(2006)의 촬영을 위해 X-Men을 떠났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하지만 구태의연하게 과거를 따져봐야 무슨 이득을 얻겠는가? 집나간 탕자는 돌아왔고 Box Office에선 부활한 X-Men이 기다리고 있는데!





X-Men 퍼스트 클래스에선 아쉽게도 전작의 오리지날 캐릭터들이 등장하진 않는다. 대신 파릇파릇 어린 뮤턴트들이 새로운 능력과 함께 등장한다. 그들은 에릭(매그니토)과 찰스(프로페서 사비에)의 도움으로 초능력을 발전시키고 X-Men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생애 처음으로 동질감이라는 것도 느껴본다. 하지만 평화는 길지 않았다. 그들은 곧 중요한 삶의 기로에 들어선다. 돌연변이로 당당하게 살 것인가? 평생 능력을 숨기며 정상인으로 살아갈 것인가?

에릭은 평화를 주장하는 찰스와 전쟁을 선언하는 자기 사이에서 고민하는 뮤턴트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No more hiding.

남보다 우월한 능력을 평생 죄처럼 안고 살아가는게 뮤턴트들의 운명이다. 에릭은 이 운명의 사슬을 끊고, 돌연변이야 말로 인류 진화의 시작임을 증거하려 한다. 에릭은 묻는다. 네안데르탈인은 왜 멸종했나? 더 우월한 유전자를 지닌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바로 호모 사피엔스가 사라질 차례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영화는 뮤턴트들의 심리적 갈등과 그들에대한 정상인들의 공포를 드러내놓고 표현하면서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발한다. 나는 이 노골적인 표현이 어쩌면 현실 정치에서의 *진보와 **보수의 대결을 암시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더더욱 영화에 집중 할 수 있었다. 에릭이 혁명을 추구하는 급진 좌파라면, 찰스는 융화를 추구하는 중도 좌파랄까?

혹시 전작을 보지 않아 망설이는 관객들이 있다면 그런 걱정일랑 하덜들 말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 당신은 시리즈의 전 편을 찾아 보고 싶은 마음에 온 몸이 근질근질해 질 것이다.


*진보: 뮤턴트와 그들을 지지하는 인간들.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집단.
**보수: 보통 인간들. 자신보다 우월한 능력을 가진 집단에게 기득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무지와 폭력으로 표출하는 집단. 쉽게 말해 한나라당.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