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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산문 본문
박준이 돌아왔다. 드문드문 해가 비치는 안개 낀 숲 속에서 부슬비를 맞는 기분은 여전하다. 그리워하는 이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리워하는 사람.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한 채 꾹꾹 눌러 담아 애먼 곳에 풀어놓는 것을 들으며, 나는 그 말이 나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그리움에 따뜻해진다.
태어날 때부터 노인이었던 이 남자는 함부로 지껄인다는 말의 뜻을 알지 못한다. 모나고 성긴 돌들을 가슴속에서 벼려 티 하나 없이 맑은 쟁반에 담아 내온다. 박준의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워지는 이유는 내 언어의 못남 때문이기도, 한 때는 나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늙은이는 언제나 나를 과거로 데리고 간다. 변해버린 내 모습을 탓하지 않고, 그저 손을 잡고 돌아가 물끄러미 나와 함께 나를 바라본다.
박준은 어떻게 이리 살 수 있을까? 우리가 같은 세계,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보는 이에 따라 그의 서정이 유별나고 촌스럽고 낯간지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 뒤를 밀치고 지나가는 거칠고 우악스러운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의 세상이 유리관에 담긴 분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그는 진심으로 살고 있으며 다행히 그 진심이 여러 사람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 같다. 별난 세상, 이런 사람도 하나쯤 있어야지 하는 게 아니라, 다들 잊고 살았던 것들을 떠올리며, 잔인하게 짓밟고 걸어온 풀들을 미안한 마음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박준은 두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수필을 내놨다. 닦달하고 싶지는 않은데, 어서 빨리 그의 세 번째 시집을 읽고 싶다. 사실 그의 수필과 시는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닮아있어, 진심은 뭐가됐든 그의 말을 더 듣고 싶다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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