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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2 본문
카르스텐 두세의 <명상 살인 2>는 형만 한 아우가 없다는 전례를 망설임 없이 따르는 소설이다. 요쉬카 브라이트너라는 신비로운 남자에게 명상을 배운 뒤 자신이 일하던 로펌의 대표들과 마피아 보스를 입맛대로 요리하던 비요른. 자신을 협박하던 마피아를 자동차 트렁크에 유인해 땡볕에 말려 죽인 뒤 분쇄기에 갈아 물고기 밥으로 던져준 남자. 명상과 살인이라는 섞일 수 없는 두 빛이 운명처럼 교차하며 지금껏 보지 못한 색을 발하던 이야기가 바로 전작 <명상 살인>이었다.
<명상 살인 2>에 없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구성과 유머다. 하나하나 떼어 놓은 장면들은 21세기에 사는 독일 유명 로펌의 변호사가 겪기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하드보일드 하지만 그것들은 충분히 그럴싸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비요른의 능청스러운 유머는 보기 싫은 균열들을 잘 메꿔주었다.
<명상 살인 2>는 확실히 작위적이다. 미스터리를 도입한 건 좋은 시도였지만 끝까지 유지하는 뒷심이 부족했다. 꼬아서 꼬아서 맺어 놓은 이야기는 허를 찌르는 반전도 없었고 그 꼬아 놓은 결들을 음미하며 감탄할 정도로 정교하지도 않다. 모든 요소는 그저 이야기를 위해 복무할 뿐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되지는 못한다.
유머의 수준이 너무 높아진 것도 문제였다. 특유의 시니컬하고 비틀어진 유머는 취저라는 말로는 부족, 도대체 언제 울린 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메마른 내 마음의 종을 미친 듯이 흔들어놨었는데, 이번엔 독기만 가득할 뿐 독해조차 쉽지 않은 초고층 코미디가 되어버렸다. 지난해 만담 챔피언이 그 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버린 느낌. 어깨에 바짝 힘이 들어가 있지만, 유머는 모쪼록 힘을 빼야 빛이 나는 법 아니던가.
서점에서 <명상 살인 2>를 발견했을 때 지체 없이 손에 들었다. 정말 단 0.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오랜 독서의 세월 중에도 몇 번 만난 적 없는 영혼의 단짝. 나는 카르스텐 두세를 그 정도로 아꼈고 내 시력이 다하는 날까지 기꺼이 그의 인세를 더해줄 각오가 되어있었다. <명상 살인 2>는 이런 마음을 모조리 불태워버린 나쁜 책이다.
물론 속편에 대한 혹평은 전작에 대한 애정의 크기에 비례하는 법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 2>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조롱과 무시를 받은 이유는 <라스트 오브 어스>가 전 우주 콘솔 게임 대상에 출전해도 기꺼이 대상을 거머쥘 정도로 명작이었기 때문이다. 쓰고 보니 이 말 보다 정확하게 내 마음을 대변하는 건 없는 것 같다. 태어나서 딱 한 번 콘솔게임을 해봤고 그게 <라스트 오브 어스>였다고 해보자. 당신은 몇 년 동안 그 감동을 가슴에 안고 살았는데 자, 이제 라오어 2가 나왔다. 두둥 탁!
지금 이 순간 나를 괴롭게 하는 건 이미 이 세상에 <명상 살인 3>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형보다 잘한 아우로 손꼽히는 <터미네이터>도 3편에서는 망작이 되었는데 2편을 제대로 망친 이 시리즈가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 영화는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라도 바꿀 수 있지, 소설은 그렇게도 못한다. 그냥 안 보면 그만이라고? 그러고 말기엔 이 문제가 내겐 너무 크다. 얼마 만에 다시 만난 소설인가. 읽느냐 마느냐, 정말로 그것만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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