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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본문
모옌이 미스터리 소설을 썼다면 아마 <류>가 나왔을 것이다. <류>의 작가 히가시야마 아키라는 대만에서 태어나 9살까지 살다가 일본으로 갔다. 그때부터 쭉 후쿠오카에서 살고 있다.
모옌은 대륙의 남자고 히가시야마는 섬 사나이다. 그러나 그들이 다루는 인물은 모두 대륙인이다. 차이는 대륙에 쭉 남았느냐 섬으로 옮겼느냐다. 여기에는 중국 역사의 슬픈 분열이 있다. 모옌의 대표작 <홍까오량 가족>은 국공내전을 주요한 배경으로 하고 히가시야마의 <류> 또한 그 역사를 뿌리로 이야기가 흐른다.
두 사람이 비극을 견뎌내는 방법은 유머였다. 피와 정신을 나눈 형제들끼리 잔인하게 학살하고, 그 복수를 위해 또 다른 참상을 만들어내고. 사상의 분열은 오직 피만이 피를 씻어낼 수 있다는 듯 극단으로 치닫고 피해는 늘 이름 없는 자들의 몫이 된다. 이 고리를 잘라내는 방법은 우리에게 인간성이 있음을 다시 깨닫는 것이다. 유머는 이 일을 가장 잘 해낸다. 터질 것 같은 긴장을 순식간에 녹이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 힘을 빼준다. 웃음은 전염된다. 유머는 결코 역사를 가볍게 만들지 않는다. 부드럽게 만든다. 그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 우리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아볼 수 있게.
주인공 치우성은 본토에서 쫓겨나 섬에 정착한 산둥성 출신 예준린의 손자다. 배경은 70~80년대로 국민당의 아버지 총통 장제스가 죽고 흡수 합병을 위해 중국이 대만인에게도 자국의 여권과 비자를 발급하던 시기였다.
이 혼란의 시기에 치우성은 예준린의 죽음을 목격한다. 할아버지는 운영하던 가게의 욕조에 손발이 묶인 채 누워있었다. 그의 폐를 가득 채운 건 욕조의 물이었다. 가게 어딘가에서 습격을 받은 뒤 욕조로 끌려가 익사한 것이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가장 먼저 발견한 치우성은 오로지 이 사건에 정신을 뺏겨 학창 시절을 완전히 엉망으로 만든다. 누구보다 자기를 사랑하던 할아버지였다. 비록 젊은 시절 무고한 백성 56명을 학살해 고향땅에는 그 잔인함을 새긴 비석이 세워질 정도였지만.
이야기를 열고 맺는 건 예준린의 죽음이지만 그 사이에 흐르는 건 고향 땅을 떠나 대만에 정착했던 1세대와 그 자손들의 삶, 대만의 역사다. 단순하고 멍청한 삶 속에는 정과 의리가 숨어 있다. 예준린 일가를 지켜주는 도깨비불이 등장하고, 귀신의 원한을 풀어주는 등 다소 황당한 사건도 펼쳐지는데 이 모든 것들이 자연히 스며들어 무리 없이 통하는 게 이 소설의 힘이다. 미스터리는 소재일 뿐, 결코 주제가 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다.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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