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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 본문
오늘날 전기차의 미래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은 유럽 내 내연기관 차 생산 중단 시기를 2033년에서 2023년으로 앞당겼다. 벤츠도 2023년을 마지막으로 내연기관과 작별한다. 몇몇 업체들이 원자재 수급의 불균형, 높은 전기차 가격, 전기 생산에 따르는 막대한 탄소 배출 등을 따지며 주춤대고는 있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졌다. 세계의 의지는 전기를 향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산업이 무려 반백년에 가까운 업력을 이어왔음에도 여전히 화석연료가 우리의 삶을 압도하는 이유는 화석연료가 가진 독특한 이중성 때문이다. 화석연료는 에너지원이자 에너지를 저장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석유는 뽑아놨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연료 탱크에 가득 채운 휘발유는 자동차가 멈춰있을 땐 에너지를 저장해 뒀다가 달릴 때는 스스로를 태워 동력을 공급한다. 재생 에너지들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런 방식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리튬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배터리는 재생에너지를 화석 연료처럼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마지막 퍼즐이다. 언젠가는 거의 모든 에너지가 전기라는 형태로 배터리에 저장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지금은 자동차만 생각하고 있지만 해운과 항공 운송에 소비되는 석유의 양은 자동차가 먹어치우는 양을 훌쩍 뛰어넘는다. 건물의 에너지 소비 형태도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옥상의 물탱크 옆에 태양광 패널과 거대한 배터리가 늘어선 것을 상상해 보자. 소형화와 무게에 집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배터리 전환은 오히려 이런 분야에서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바야흐로 미래는,
배터리의 것이다.
자, 미래가 배터리의 것이라면 배터리는 누구의 것일까? 막강 배터리 3사를 보유한 우리의 입장에선 당연 한국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완제품으로만 따져도 아직 점유율 1위는 중국이며 핵심이 되는 리튬, 코발트 등의 원자재에 관해서는 사실상 황무지와 같은 게 한국의 상황이다. 자원은 대부분 남미, 채굴과 가공은 중국 업체들이 꽉 잡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어도 재료 수급이 안되면 도대체 무엇으로 배터리를 만든단 말인가? 압도적 1위 삼성 반도체가 일본 정부의 수출 제한으로 공포에 떨었던 것을 떠올려보자. 일본은 고작 불산과 포토레지스트리 2개만으로 소니와 파나소닉 매출 합계의 2배가 넘는 삼성전자의 목줄을 죌 수 있었다.
<배터리 전쟁>은 배터리 생산에 따르는 밸류 체인들을 하나씩 훑으며 누가 어떻게 이 시장을 장악하려는지 보여준다. 주로 원자재 채굴, 가공 쪽에 무게를 두긴 하지만 전체 산업을 조망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런데 곰곰이 이 책을 읽다 보니 정말 이 세계의 동력이 전기로 대체될 수 있는 걸까? 하는 회의가 피어오르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우선 리튬의 양이 문제다. 배터리 생산은 결국 이 지구에 리튬이 얼마나 묻혀있는가에 달려 있다.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은 8,000만 톤. 전기차 한 대에 30~60kg의 리튬이 필요하니 대략 45kg으로 치면 지구의 모든 리튬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전기차는 대략 17억대 정도다. 이 세계에는 현재 15억대의 자동차가 굴러 다닌다.
리튬이 자동차 배터리에만 쓰이는 게 아닌데 과연 우리가 바라는 배터리 세상이 올 수 있는 걸까?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올린다 해도 점점 고갈되는 리튬의 가격 상승 때문에 그 효과는 잠식될 것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역사에 맡기기로 했단다. 무슨 말이냐고? 내 어릴 적 교과서는 지구에 남은 석유가 50년 뒤 전부 고갈될 것이라 했다. 그로부터 정말 50년이 흘렀다. 지구 문명은 석유의 고갈로 붕괴했고 정부가 사라져 임모탈이 지배하는 야만의 시대가 열렸으며 사람들은 매드 맥스와 퓨리오사가 구원해 주기만을 바라는 세상이 되었다. BOOM!
오늘날 우리는 석유보다 깨끗한 물이 사라질 걸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혼자서만 매년 400조 원의 석유를 판다. 리튬도 마찬가지 아닐까? 8,000만 톤이라는 건 지금의 예상일 뿐이다!
이 말에 동의해 배터리에 올인하려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겠다. 지구의 모든 리튬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대략 4,800조 원이다.
지구인은 매년 3,800조 원의 석유를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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