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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의 현대사_우익은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가

WiredHusky 2019. 10. 20. 12:56

<일본 우익의 현대사>를 집어든 이유는, 그들이 진짜 누구인지 정말로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들이라고 하면 당연 이웃나라의 혐오자들을 지칭하지만 거기엔 대한민국이 우익들도 포함된다. 양국의 우익은 긴밀한 협조체제 아래 수십년간 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적으로 상대해 왔다. 비슷한 지점이 많을 거라 생각했고,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한국과 일본 우익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천황'의 존재다. 일본 우익의 뿌리는 황국사상, 즉 천황을 신으로 섬기고, 그의 친정(직접 통치)을 요구하는, 천황 중심의 국가주의 사상이다. 그들은 천황을 신으로 여기기 때문에 종전 후 인간임을 선언한 천황의 발표에 큰 충격을 받았다. 본질적으로 우익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력이다. 전통의 가치를 중시하고 영원히 유지하려는 속성은 어느 나라의 보수주의자도 비슷할테지만 그 전통 안에 '신'이(국왕이 아니다) 존재함으로 인해 일본의 우익은 극단적 색채를 띄게 된다. 카미카제가 지켜온, 결코 패배하지 않는 신의 나라. 이들은 믿음은 정치적이라기보단 종교적이었다.

 

종전 후 이들은 미군정의 탄압을 받았고 거의 궤멸 직전까지 갔다.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요인 암살, 공공 기관 파괴, 쿠데타를 획책하는 이들이 큰 위협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극적인 반전은 전세계에 불어닥친 공산주의의 광풍이 이끌었다. 미군정은 일본이 공산화되는 것을 우려해 견제 집단으로 우익을 이용했고 이 때 수 많은 우익들이 원수처럼 여기던 미국과 손을 잡았다. 일본의 정치권과(자민당) 우익 집단은 분쟁을 폭력으로 분쇄하려 계획했고 이를 행할 집단으로 야쿠자를 주목했다. 이들은 정치권의 요구에 조응해 우익의 한 축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알게되면 대한민국의 군사독재정권이 왜 일본의 우익과 가깝게 지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 군사정권과 일본 우익은 긴밀하게 협력했다. 과거사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더 큰 적에 맞서기 위해 잠시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화로 인해 독재가 무너지자 일본의 우익은 '동지'를 잃어버렸다. 그동안 미뤄놨던 과거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양국의 관계는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된다.

 

최근에 한국을 집요하게 모략하는 혐한주의는 그러나 이 우익의 뿌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 보인다. 이른바 넷우익으로 불리는 이 집단은(한국의 일베) 우익이 신성화하는 천황마저 비하하고 선전차를 몰고 시끄럽게 선동하는 행동 우익들도 차마 들어줄 수 없는 극한의 원색적 혐오를 분출한다. 그들은 종전의 우익과는 확실히 다른 결을 지녔다. 작가조차 기존의 우익과 이들을 연결하는 고리를 명확하게 밝히진 못한다. 다만 정치권이 이 혐오주의자들을 은근히 비호하고 이용하는 상황을 보여줄 뿐이다.

 

나는 이들이 어떤 가치와 믿음을 지키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핵심 넷우익과 동조자 사이에 차이는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혐오는 정치가 아니라 일종의 유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분노를 배설할 분출구를 찾는 것이다. 퇴근 후 맥주를 한 잔 들이키며 물고, 뜯고, 즐기고. 이들의 주 활동 무대가 익명성과 편리함이 보장되는 인터넷이라는 사실이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물론 최근의 극우들은 인터넷을 떠나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이 그들의 정치 집단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유희의 한 방식인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나는 이 글에서 일본 우익의 역사를 아주 간략하게 소개했지만 이 책은 훨씬 복잡한 역사를 소개한다. 우익도, 우익이라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을 보인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세계 평화과 이웃 국가와의 공존, 인종, 소수자 차별 철폐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자들이 있을 정도다. 모든 걸 하나의 개념으로 압축하는 건 쉽지만 대단히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특히 이 우익들에 긴밀하게 대응해야하는 한국의 입장에선 더 그렇다. 우리는 그들을 훨씬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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