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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양은 개새끼다 - 류승완의 '부당거래' 본문

영화

주양은 개새끼다 - 류승완의 '부당거래'

WiredHusky 2010. 11. 23. 08:30






최철기는(황정민 분) 쓰레기다. 답답한 점은 이해한다. 훌륭한대, 광역 수사대 에이스인걸 모두 다 아는데도 경찰대학을 안 나왔다고 번번히 승진에 미끄러지면 독을 품을만하다. 하지만 최철기는 결정적 실수를 했다.
동료를 배반했다. 성공을 위해 친구를 버렸다.

소시민과 권력은 계란과 바위의 관계인데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이기려면 계란 5천만개가 똘똘 뭉쳐 있어야 한다. 혼자 잘 살아 보자고 몸을 빼기 시작하면 각개 격파를
당한다. 각개 격파를 당하면 집단에 공포가 전염된다. 이러다 나까지 좆되겠다. 일단은 살고 봐야지. 이러면 끝장이다. 시민은 피를 흘리고 권력은 트림을 한다. 국민을 위한 나라? 절대로 안 온다.

장석구는(류해진 분) 권력과 유착한 기업인이지만 한편으론 권력에 유린당하는 피지배 계급이다. 경찰-검찰-기업이 이루는 역학 관계에서 그는 언제나 최하층민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약자가 자기보다 더 약한 이동석(우돈기 분)을 억압할 때 발생한다. 장석구는 폭력과 돈으로 이동석을 회유한다. 그러나 이동석이 잡혀가고 그에게 약속했던 통장이 장석구의 손으로 돌아왔을 때 남은 건 폭력 뿐이다. 이동석은 보상없는 희생을 치른 것이다.

이 사실을 통해 우리는 피지배 계급에 대한 가장 가혹한 가해자는 역시 똑같은 피지배 계급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일제 시대땐 조선 사람이 조선 사람의 피를 빨았고 외국에 나가면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에게 사기를 친다.




주양은 개새끼다. 똑똑한 놈이 개새끼가 되는 것 만큼 이 사회에 폐악을 끼치는 게 없다. 그래서 똑똑한 개새끼는 철저히 가중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똑똑한 개새끼들은 처벌받지 않는 법을 알고 있다. 사실 대다수의 똑똑한 개새끼들이 남들을 처벌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 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편. 개새끼는 개새끼를 낳고 이 세상은 개판이 된다.

주양은 '내가 겁이 많아서 검사가 된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진실이다. 겁이 많은 사람은 조폭이나 비지니스 맨이 될 수 없다. 법에 붙는 거다. 권력의 뒤에 숨는 거다. 그러면 맘 놓고 나쁜 짓을 할 수 있다.

검찰 스폰서 사건이 터졌을 때도 주양은 멀쩡하다. 잠시 힘들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주양은 다시 돌아온다. 주양이 돌아오는 길은 동료를 배반하는 경찰과 시민을 억압하는 기업인이 열어 준다. 없는 사람끼리 신나게 치고 박고 하는 동안 주양은 안전하게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국민을 향해 눈을 부라리고 거드름을 핀다. 권력은 결코 죽지 않는다. 권력은 시공을 초월한다. 산자들의 세상에선, 권력이 신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기분이 나빠져서 싫다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나 순진하게 살길래 그런 얘기를 하는지, 나는 참 모르겠다.


류승완의 영화 세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단관 개봉에서 입소문을 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지 10년이 흘렀다. 그 후로 '피도 눈물도 없이', '주먹이 운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 '짝패', '다찌마와 리' 등이
있었으나 줄곧 내리막길 이었다.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와 연출의 거칠음은 뭔가 기대하게 하지만 결국 실망하게 만드는 류승완표 B급 영화의 전형을 만들어 냈다.

B급 영화. 쿠엔틴 타란티노가 월드와이드 디렉터가 된 이후 이 말은 최고의 마케팅 용어가 됐다. 그러나 쿠엔틴 타란티노가 B급으로 승리한 이유는 그가 단 한 번도 B급 영화를 만든 적이 없기 때문이다. B급 영화에는 브래드 피트가 나오지 않는다. 단지 그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죽도록 B급 영화를 봤을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타란티노가 B급 영화로 세계를 정복했다고 광분했다. 그리고 그 분위기 속에서 말 그대로 'B급'인 영화가 수도 없이 쏟아졌다.

제2의 타란티노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류승완의 'B급'이 마케팅 용어인지 아니면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새에 그렇게 되버린 건지 알 수는 없다. 마케팅이라고 하기엔 영화가 너무 많이 망했고 본성이라고 하기엔, 앞날이 너무 어둡다. 진퇴양난. 그런데 딱 10년, '부당거래'가 나왔다.

동맥을 뚫고 나오는 핏줄기, 배신과 광기의 역습, 아이러니한 코미디에 피비린내 나는 결말까지. 부당거래는 B급이라기 보다는 '타란티노적'이다. 이 차이가,

류승완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 내내 카메라 포커스가 왜 그리 많이 나가는지 아시는 분, 누가 촬영했는지 제보좀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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