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PXsociety

[영화리뷰] 안젤리나 졸리에게 이 영화는 어떤 의미였을까? - 솔트(2010) 본문

영화

[영화리뷰] 안젤리나 졸리에게 이 영화는 어떤 의미였을까? - 솔트(2010)

WiredHusky 2010. 8. 11. 22:17



 
                             <솔직히 Who is Salt?에 초점을 맞추는 영화는 아니에요>

브래드 피트를 '남자 친구'로 선택한 여자이자 헐리웃을 지배하는 섹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원래 이 영화의 주연으로 내정되어 있던 '톰 크루즈'를 대신하기로 결정한데는 헐리웃 역사상 최초로 여배우를 원톱으로 하는 액션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물론 나는 '레지던트 이블'의 밀라 요보비치라던가 '킬 빌'의 우마 서먼을 알고 있지만 졸리에게 이 둘은 그저 헐리웃 변두리에서 잊혀져가는 여배우에 불과했나 보다.

어쨌든 남성이 거의 모든걸 지배하는 지구에서 그것도 여성의 상품화가 극대화되는 연예계에서 시종일관 흔들리지 않는 거만함을 보여주는 안젤리나 졸리에겐 아무래도 여배우를 넘어 독보적 '인간'이 - 여자도 여배우도 아닌 - 되려는 꿈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솔트'의 에블린 솔트는 그간의 여자 스파이가 보여주던 캐릭터와는 다르다. 그녀의 주특기는 '폭탄 제조'와 '백병전'이다. 둘 모두 테스토스테론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남성의 전유물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단순히 남성화한 여자를 보여주는건 용가리나 고질라가 '암컷'으로 분장하는 것만큼 부질 없는 일이다. 그래서 두 가지가 더해진다.

첫째는 여자마저도 반하게 할 카리스마적 미모다. 특히 흑발의 솔트. 검게 염색한 생머리를 휘날리며 남자 요원들을 유린하는 솔트에겐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렇기에 하릴없이 그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금발의 솔트가 단순한 여자, 즉 남자 관점의 미를 대변한다면 이 흑발은 남성을 지배하고 그 체제를 전복시키는 강렬한 카리스마적 미를 표현한다.

<금발이 아내-여성로서의 솔트를 대변하는 반면 흑발은 전사-남성으로서의 솔트를 상징한다>

둘째는 '지능'이다. 지능은 미(美), 지(智), 체(體) 궁극의 여전사를 완성하기 위한 삼위일체의 마지막 꼭지점이 된다. 이야기 전반에 걸쳐 발휘되는 고도의 전략과 뱀같이 차가운 냉정함은 인질로 잡힌 아내때문에, 또는 납치된 딸 때문에 이성을 잃고 마는 흔하디 흔한 남성 요원의 모습과 차원을 달리한다.

'솔트'의 감독 필립 노이스는 '에블린 솔트'를 헐리웃 역사상 가장 '쿨'한 캐릭터로 만드는데는 어느정도 성공한 것 같다. 그러나 멋진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게 이야기는 너무나 밋밋하고 심지어 고질라가 빌딩을 짓밟는 것처럼 공허한 울림만을 남긴다. 특히 치고 받는데 급급한 액션씬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들을 속여야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야했으며 영원히 그 아픔을 지고 살아가야 할 에블린 솔트의
고독한 페이소스가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후반부, 시종일관 냉정을 유지했던 솔트가 배반한 동료에게 돌진해 목을 졸라 죽이는 장면조차 없었다면 에블린 솔트는 단순한 전투기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됐을것이다.

<테이저 건으로 경찰을 지지고 유유히 탈출하는 에블린 솔트>

속편을 기획 중인지 영화의 마지막은 살아남은 솔트에게 아직 남겨진 이야기가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렇게 직선적이고 단순한 이야기가 다음 영화에서도 되풀이 된다면 졸리는 라라 크로포드의(툼 레이더) 전철을 밟을 뿐 절대 제이슨 본(본 시리즈)을 넘어설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안젤리나 졸리에게 최고의 첩보 영화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헐리웃 역사상 가장 강인한 여배우가 되려는 아니 가장 강인한 인간이 되려는 안젤리나 졸리가 단순히 자신의 자아를 견고히 하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수행인지도 모르겠다.

덧 붙이는 말:
일반 Digital과 직접 대조해 보지 않으면 그 우위를 정확히 알수 없겠지만 4K 디지털은 확실히 최고의 화질을 보여줬다. 특히 Title Text 같은 것을 보고 있으면 이 영화가 얼마나 높은 해상도를 갖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