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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약탈 국가_진영의 논리를 넘어, 차갑게

WiredHusky 2020. 9. 20. 09:25

부동산이 시끄럽다. 대한민국 서민들의 영원한 꿈, 내 집 마련은 한해 한해 멀어져만 간다. 영끌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행복한 거다. 영혼을 팔고 싶어 악마를 찾아갔지만 악마조차 사주지 않는 영혼. 우리 대부분은 그런 영혼을 안고 살아간다.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 말하고 하나는 투기 세력과 다주택자들을 지적한다. 무엇이 맞는지는 갑론을박이다. 하지만 이 갑론을박은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자기 이익에 편향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수도권에 경제적 정치적 기반을 둔 세력은 공급의 문제를, 부의 불평등 해소로 표와 자기만족을 얻는 세력은 후자를 지지한다. 그렇다면 사실은 어떤가? 확인하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새로 공급된 주택을 누가 가져갔는지를 보면 된다. 차명 소유 등 갖가지 편법이 동원되어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면 고위 공직자들과 그들 가족의 다주택 현황을 보는 것도 한 방편이 될 것이다. 그들이 '어디'에 집을 갖고 있는지도 함께.

 

<부동산 약탈 국가>는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탐구하는 책은 아니다. 짧게는 한두 페이지, 길어도 다섯 페이지가 넘지 않는 챕터들이 단편적으로 이어진다. 주로 현정부의 정책 실패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내려받은 무주택자의 넋두리가 내용의 큰 축을 이룬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 속에 흩어진 조각들을 주워 모으면 저자 강준만 교수가 지적하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문제는 부동산이 아니라 국가 균형 발전이다.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서울 공화국, 넓게봐도 수도권 공화국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실 벗어나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으며, 모든 정권을 통틀어 가속화하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제3기 신도시나 그들을 이어주는 수도권 광역 철도는 부동산 문제를 잡기는커녕 오히려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럴까? 인서울에 집을 갖지 못하는 사람을 외곽으로 돌리는 대신 출퇴근이 용이한 교통 시설을 갖추는 건 꽤나 논리적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확장된 수도권은 수도의 인구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발휘하는 동시에 지방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 서울 주변에 아무리 신도시를 많이 지어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울에 몰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곳에 '명문대'와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부동산에 관한 한 백약이 무효하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노무현 정부의 행정 수도 이전은 그래서 중요했다. 정치력의 심각한 부재로 무려 위헌 판정까지 받아버린 대실패작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 의지를 직접적으로 이었다고 여겨지는 문재인 정부가 지금 다시 이 카드를 꺼내 든 건 그래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박수를 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강준만 교수는 현 정부의 행정 수도 이전 발언이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해당 건은 야당의 일부 충청권 의원들마저 찬성하는 사안인 데다 여론의 지지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야당을 내적, 외적으로 압박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그 책임을 온전히 야당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균형발전에 그토록 관심이 있었다면 집권 초기부터 뚝심 있게 밀고 나갔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그걸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서야 꺼내 든다? 잡히지 않는 부동산 가격에 쏠려있는 국민의 눈을 남쪽 땅으로 돌려야 한다! 국가의 대계를 오로지 정략으로 활용하는 태도는 이 정부가 무능을 넘어 교활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무원을 비롯한 국가 권력자들이 국가 균형 발전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에겐 자식을 서울의 명문대에 보내고 싶은 욕망과, 부동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누리고 싶은 탐욕과, 이런 의지를 실행해나갈 능력과 정보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주요 부처를 지방으로 옮겨도 당당히 다주택자의 길을 걸으며, 비난이 쏟아지면 묵묵히 지방의 집을 팔고 서울의 집을 남기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엄한 명령은 5년을 넘기지 않지만 강남의 부동산은 평생을 간다.

 

책임을 온전히 개인의 도덕 문제로 돌리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그들의 행동은 대단히 합리적이고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합리적 판단의 합이 집단의 이기심으로 드러난다면 그건 더이상 개인이 아닌 구조의 문제다. 구조는 1~2년의 노력으로 변하지 않는다. 수십 년 간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의 대계가 빈대떡 뒤집듯 바뀌는데 무슨 수로 구조를 개혁하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민의 각성이 중요하다. 눈을 부릅뜨고 무엇이 옳은 일인지 지속적으로 성찰하고 요구하는 것. 부동산 코인에 올라타지 못한 자신의 무능에 분노하는 대신 이런 구조를 만든 사람들에게 그 분노를 돌리는 것. 뜬구름 잡는 얘기 같지만 답은 이것밖에 없다. 세입자가 내 집을 폐허로 만들고 있다면 주인이 나서서 쫓아내야 한다. 그러니 이 대한민국을 바꾸는 걸 누가 해야겠는가? 국가의 주인, 바로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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