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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자기 여행 - 동유럽 편 본문
우리가 통칭 도자기라 부르는 말은 사실 도기와 자기가 합쳐진 단어다. 차이를 구분하는 법은 동양과 서양이 좀 다르다. 중국에서는 철 함량이 3% 이상인 점토(흔히 보는 붉은색 진흙)를 사용해 900도 내외에서 구운 것을 말하고, 자기는 철 함량이 3% 이하인 자토(이 중에 가장 유명한 게 고령토다. 흰색을 띤다)로 빚어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운 것을 말한다.
반면 서양의 구분은 세 가지로 나뉜다. 가소성이 높은 점토를 이용해 800~1000도 사이에서 구운 것을 도기(Earthenware), 불순물을 많이 함유한 흙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 1,200~1,300도 사이에서 구운 것을 석기(Stoneware), 고령토와 백돈자(백운모로 구성된 유리질 암석)를 혼합한 재료로 빚어 1,280도 이상에서 구운 것을 자기(Porcelain)라 부른다.
유럽을 열광시킨 건 고온에서 구워 만든 경질 자기였다. 오늘날 우리가 식탁에서 보는 표면이 매끄러운 그 흔한 그릇들 말이다. 우리 입장에선 좀 어이가 없는 일이지만 유럽에서는 18세기에 이르러서야 겨우 이 경질 자기를 만들 수 있었다. 가까운 이웃나라 왜국에서도 이 백색 자기는 1600년대 초에야 시작됐는데 그것도 조선에서 다수의 도공을 납치해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다도에 심취해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휘하 쇼군들 사이에서도 붐이 일어난 모양인데 그들의 눈높이는 당연 조선의 자기에 맞춰져 있었다.
이 역사를 시간 순으로 조금 더 정리해보자. 일본에서 분 다도 바람으로 수많은 도자기공들이 일본으로 잡혀갔다. 그들 중 이삼평이라는 도공이 드디어 아리타라는 곳에서 고령토를 찾아내 최초의 백색 자기를 만들어낸다. 유럽에 불어닥친 도자기 광풍은 이 아리타 자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좀 이상한 일이다. 왜 중국이나 조선이 아니라 일본이었을까? 원조를 놔두고 굳이? 이는 두 나라가 쇄국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융성은 대대로 바닷길을 열었느냐 닫았느냐에 따라 달려있었다. 가정은 하지 말라지만 그때 우리가 서양과 활발히 교역을 했다면 일제의 침략을 막아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무튼 이 두나라의 쇄국으로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야 했고 그곳이 바로 일본이었다.
동양의 백색 자기는 '백색의 금'이라 불릴 정도로 귀하고 비쌌다. 유럽 귀족들의 사치야 워낙에 유명했고 근처에서 누가 신기한 걸 가졌다 하면 뒤질세라 따라 하는 게 당시의 세태였다. 드레스덴이라는 도시가 있는 독일 작센 주의 군주이자 폴란드 왕이었던 아우구스트 1세도 사치에 있어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자신이 태어난 드레스덴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호사 취미와 낭비가 심했고 사생활도 방탕하기 이를 데가 없어 사생아가 거의 400명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많은 돈이 필요했는데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게 바로 당시의 반도체인 자기였다. 거기서 시작된 게 바로 독일의 유명 도자기 회사 마이슨이다. 따지고 보면 그 시작이 조선. 그런 생각이 우리만은 아니었던지 드레스덴 박물관의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가 붙어있다고 한다.
일본 도자는 조선 도공 이삼평으로부터 시작됐다.
마이슨은 도자기 생산의 비밀을 최대한 숨기려 했지만 세상일이 어찌 마음대로 돌아가겠는가. 직원 중 하나가 비법을 들고 오스트리아로 넘어간다. 그렇게 돌고 돌아 유럽은 세계 도자기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유럽 도자기 여행 - 동유럽 편>은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헝가리를 주 무대로 펼쳐지지만 그중 반은 독일에 할애되어 있다. 자동차 왕국으로만 알고 있던 융통성 없는 노잼 국가가 우아하고 유려한 도자의 왕이었다니 놀랍고 신기하다. 그러나 도자기를 핑계 삼은 역사책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물론 역사 얘기가 없지는 않지만 이삼평 - 아리타 - 아우구스트 1세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이후에는 우리와 연관된 역사가 거의 없고 그들의 낯선 지명, 이름, 사건만이 펼쳐진다. 유럽 도자기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라면 좀 지루할 수도 있다. 다행히 사진은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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