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가구 디자인
- 조명디자인
- 램프
- 일러스트레이션
- 신자유주의
- 인테리어 조명
- 일러스트레이터
- 인스톨레이션
- 프로덕트디자인리서치
- 피규어
- 해외 가구
- 북유럽 인테리어
- 프로덕디자인
- 재미있는 광고
- 미술·디자인
- 애플
- 인테리어 사진
- 주방용품
- 인테리어 소품
- Product Design
- 가구디자인
- 아트 토이
- 피규어 디자이너
- 진중권
- 킥스타터
- 조명 디자인
- 글쓰기
- 가구
- 조명기구
- 조명
- Today
- Total
deadPXsociety
고양이를 버리다 본문
<고양이를 버리다>는 하루키가 들려주는 최초의 사적인 이야기다. 그 수많은 수필을 발표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꼭꼭 감춰두었던 하루키다. 물론 위스키나 달리기 클래식 음악처럼 본인의 취향을 드러낸 적은 많다. 그러나 그 자신의 인간관계, 그러니까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친하고 누구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한 적이 없다.
이 책에서 하루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아버지는 1917년 12월 1일 교토시 사쿄 구 아와타쿠치에 있는 '안요지'라는 정토종 절집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불운한 세대였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전쟁을 치러야 했으니까. 아버지는 두 번이나 징집되었으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큰 부상 없이 종전을 맞았다. 어린 시절 하루키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매일같이 불상을 마주 보고 앉아 불경을 외는 모습이었다. 죽은 적군과 동료의 명복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학문에 큰 뜻을 두었던 것 같다. 문학, 특히 하이쿠에 깊이 빠져들었다. 동인들과 유명한 하이쿠 시인의 여행지를 답사하고 하이쿠를 짓고 출간도 여러 권 했다. 그 당시 하루키의 집 한켠에는 아버지가 출간한 책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 그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아버지는 시인이 될 수 없었다. 결혼을 했고, 하루키를 낳았고, 교사가 됐다. 그런 시대였으니까. 꽃다운 나이에 다른 꽃을 죽이다 처절한 패배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얇은 뿌리 몇 가닥을 내릴 땅을 찾아 고군분투했던 세대. 그러니 그의 아버지가 이른바 단카이 세대로 불리는 하루키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리라.
아버지와는 다르게 단카이 시대의 아들은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그들은 대학 입학 직전에 전쟁에 나가라며 등을 떠밀리지 않았다. 일본은 세계를 지배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하루키가 청년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계획은 현실이 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한 시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방황과 고민의 새싹은 늘 풍요의 대지를 비집고 움튼다. 하루키는 공부에 큰 열정이 없었다. 정해진 답을 기계처럼 외우는 일에 이 아웃사이더가 어찌 흥미를 가질 수 있었겠는가? 그의 아버지는 이런 하루키에게 적잖이 실망했던 것 같다. 뻔한 레퍼토리. '이렇게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나 방해하는 것 없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데, 왜 좀 더 면학에 열심히 정진하지 않는가'(p.60). 하루키가 서른 살에 소설가로 데뷔했을 때 아버지는 무척 기뻐했지만 그 시점에 두 사람은 이미 상당히 멀어져 있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자식은 결국 나이를 먹어 어느 정도 부모를 이해하고 화해를 시도한다. <고양이를 버리다>는 하루키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건네는, 지극히 하루키다운 화해로 읽힌다. 책은 얇고, 그 어디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하루키가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슴 끝으로 전해져 온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0) | 2022.04.17 |
---|---|
저주토끼 (0) | 2022.04.10 |
한권으로 읽는 고구려 왕조실록 (0) | 2022.03.27 |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0) | 2022.03.20 |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0) | 2022.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