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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 버틀란드 러셀 본문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 버틀란드 러셀

WiredHusky 2011. 1. 11. 07:30




기독교란 말은 언제나 사람들을 광분케 한다. 광분하는 사람들은 흔히 세 종류로 나뉘는데 첫 번째 부류는 하나님의 존재와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의 재림을 믿는 온건파 기독교인이고 두 번째는 한국 기독교의 난잡한 번식을 비웃고 그 거대화를 맹렬히 비난하는 반기독교파이며 세 번째 부류는 종교적 체험은 오로지 주관적 경험에 의해서만 증명될 수 있으므로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 둘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믿는 중도파다.

만약 술자리라면 주로 반기독교파 친구가 침을 튀기며 목소리를 높이고 온건파 기독교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들으며 마지막으로 중도파가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며 건배를 제안하는
장면이 목격될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는 대단히 점잖은 케이스고 좀 더 흔하게는 고성이 욕설로, 욕설이 주먹다짐으로 번지고 마는 아비규환의 사태가 벌어지고야 만다. 완전히 달라보이는 두 케이스가 갖고 있는 유일한 공통점은 둘 모두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는 버틀란드 러셀의 글 모음이다. 책 자체는 기독교를 비롯하여 아동, 대학 교육, 성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제목은 이 책의 첫 꼭지에 해당하는 기고문의 제목을 차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반 기독교 정서를 이용하려는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이 담겨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러셀이 기독교 교리를 위와 같은 사회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러셀은 니체 이후 가장 확고한 안티 크리스트 철학자이며 철저한 합리주의로 이 세상의 모든 비이성에 - 권력과 종교 그리고 둘의 결합 - 철퇴를 날린 자유주의 사상가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기독교인이라 고백하는 것은 웬만한 용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장로님께서 대통령이 되는 판국에 무슨 얘기냐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실제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기독교는 부패와 독선의 상징이 된지 오래다. 왜 교회를 다니냐는 말에는 애매모호한 대답이 돌아오지만 왜 교회를 증오하느냐는 질문에는 수 백만개의 논리적 답변이 돌아오는 것만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가지 알아야 할 건 우리가 기독교를 부정하는
수 백만개의 이유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신이 존재하느냐 안하느냐에 대한 근거는 될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범죄자가 온갖 나쁜 짓을 저질러 사형을 언도 받았다고 치자. 우리는 그의 행위를
조목 조목 밝혀 죗값을 치르게 할 수는 있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범죄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의 행위는, 그 잊혀지지 않는 악행들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날카롭게 박혀 심지어 그가 죽고 난 뒤에도 생생하게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에 어떤 행위가 있다면 그것은 그 행위를 유발한 존재를 강력히 증거하는 사실일뿐 결코 행위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논거는 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러셀의 기독교 비판도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실제로 신이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를 밝히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작업은 고대로부터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사용되온 제1원인론, 자연 법칙론, 목적론을 차례로 반박하는 것으로 그 포문을 연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러셀의 철학적 논증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철학자들은 직업상의 이유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말로 증명하려 하는데 이런 태도는 그것이 이론적으로 규명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려는 경향을 낳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모든 것이 말로 설명될 수 있고 언어로 증명되야만 그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거라면 우리가 명백히 느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 즉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정서적, 심리적, 초자연적 경험들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러셀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제시한 단 한 가지 이유만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신이 전지전능한 존재였다면 결코 이 세상을 폭력과 전쟁, 강간과 살인이 만연하는 곳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 이라는 주장이다.

이 말은 논리적이진 않지만 - 신은 선이며 질서를 추구한다는, 증명할 수 없는 가정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 대단히 쉽다. 신이라면, 인간의 모든 문제를 예상할 수 있고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절대자라면 왜 세상이 이렇게 악해지도록 놔두는 걸까?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신은 이 지구와 인간을 살려
두는 걸까?

누군가는 세상에 만연하는 이 모든 악들이 사실은 심판의 징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세계가 핵전쟁으로 멸망하든 기상이변으로 멸망하든 그건 지나친 군비 확장과 무분별한 환경 파괴로 인한 결과일 뿐이다. 

설령 지구가 아주 뜬금없이 행성 충돌에 의해 폭멸한다 할지라도 그걸 신의 심판이라고 믿을만한 근거는 없다. 오늘날의 과학은 그것이 지구와 운석의 만유인력이 일으킨 얄궂은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것을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여전히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유효한 증거는 오직 하나 뿐이다. 그렇다, 신은 존재한다. 그러나 아뿔싸, 그는 당신만큼 악하다!




나는 신에대한 논쟁을 복잡하게 만드는 원인이 사실은 '우연'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신학적 집착에서 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우리의 삶을 예비해 둔 것이라 믿는가? 이 세상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며 따라서 인간의 탄생은 필연이라고 믿고 싶은가?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그저 바다에 떨어진 벼락 한 줄기가 이 모든 것이 시작이었을 지도 모른다.

우연을 믿으면 이 세상은 훨씬 쉽다. 그래서 고백하자면,

우린 그저 우연히 태어났고 그래, 결국 땅에 묻혀 똥이 되는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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