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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파인만 본문
평범한 아저씨 주제에 과학자의 이름을 들으면 마음이 설렌다. 무슨 말인지 이해도 못하고, 최선을 다해도 고작 쓰여 있는 얘기를 되풀이하는 수준이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과학 이야기를 한다. 과학이 아니라 과학 이야기. 듣고 말하는 그 순간만큼은 나도 그들처럼 멋진 과학자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리처드 파인만이다. 놔두고 돌아갈 수 없는 이름이다. 진짜 읽고 싶은 책은 따로 있었는데 재고가 없어 '파인만'이라는 이름이 제목에 적힌 책 전부를 샀다. 그래봐야 두 권 밖에 안 되지만. 리처드 파인만이 이 세상에 끼친 영향에 비해 서점에는 그의 이름이 지나치게 부족한 것 같다. 그는 무려 '대학원생' 시절에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책을 읽고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면 두 컷 정도에서 파인만으로 유추할 수 있는 인물을 알아볼 것이다.
파인만은 입자물리학, 특히 양자전기역학에 집중해서 1965년 노벨상을 수상한다. 그가 달랐던 점은 접근 방식이었다. 평범한 물리학자들이 복잡한 방정식과 대수를 이용하는 동안 파인만은 도형을 이용해 계산을 단순화했다. 그가 양자전기역학의 문제를 푼 비결은 공식이 아니라 그걸 '시각적'으로 다루는 새로운 방법이었다. 파인만은 뭐든 들은 대로 믿지 않았다. 전문가가 하는 말이라도 뭐든 의심했다. 이런 태도는 언제나 그를 새로운 접근법으로 이끌었다.
나노 기술과 양자 컴퓨터에 기여한 그의 공로도 다뤄야 하지만 이 책에선 그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으니 나노 기술에 대해서는 'There's Plenty of Room at the Bottom'으로 인터넷 검색을, 양자 컴퓨터에 대해선 미치오 가쿠의 <양자컴퓨터의 미래>를 읽어보기 바란다.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유튜브에서 소파에 앉아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는 파인만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게 아마 BBC 다큐멘터리의 일부를 잘라놓은 것 같은데, <리처드 파인만>은 그 내용을 글로 옮겨 놓은 책이다. 아주 재미있지는 않지만 파인만에 대해 대략적으로는 알 수 있다. 물리학 말고도 그의 삶, 성장 과정, 교육에 대한 생각까지 엿볼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아이가 있다면 파인만의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자식을 키우고 싶다.
최근에 내 능력을 한참이나 벗어난 일에 도전하는 중이다. 길이 막혀 답답할 때가 많다. 그의 이름을 열 번 정도 외치면 파인만식 해결책이 등장하리라는, 부두술을 믿는 마음으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백 번을 다시 태어나도 그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신세나 한탄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천재의 휘광이 찰나의 순간이라도 가슴에 스며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읽고, 또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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