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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 프로젝트 - 신자유주의를 농락하라 본문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으로부터 미친놈 소리를 들어야 잘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떳떳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아직도 한참은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 앤디 비클바움과 마이크 버나노는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좀 남다른 점이 있다면 '신자유주의'를 싫어했다는 것 정도? 그런데 그 증오가 생각보다 대단했었나 보다. 어쩌면 범죄가 될 수도 있는, WTO에 그레이트 빅 엿을 날리는 작업 '예스맨 프로젝트'를 시작해 버렸으니까. 그것도 앞날이 창창하던 젊은 시절에 말이다. 이런걸 보면 역시 서양놈들은 여간내기가 아니라니까.
앤디 비클바움과 마이크 버나노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어떻게 표현해 낼지 궁리하다 우연히 GATT.org 도메인을 선물 받는다. GATT는 1944년에 창설된 무역협정으로 1995년 WTO가 대체하기 이전까지 세계 무역을 관장하던 협정인데, 다행인건(?) WTO의 대체 이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GATT와 WTO를 혼동한다는 사실이었다. 청년들은 여기서 빛을 보았다. 그들은 WTO의 홈페이지를 그대로 카피해 GATT.org 사이트를 만들었고 contact 페이지에 자기의 이메일을 연결해 놨다. 그들은 이 황당한 가짜가 과연 세계 유수의 엘리트들을 속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을 해소할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국제법률연구센터가 국제 무역을 주제로 강연을 요청해 온 것이다.
앤디는 일정상 세미나에 참석할 수 없는 WTO 사무총장 마이크 무어를 대신해 강연을 맡은 앤드리아스 비클바우어 박사로 변신했다. 세미나가 열리는 오스트리아의 5성급 호텔에는 세계 유수의 법률회사 소속 국제무역 담당 변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앤디는 이 사람들을 앞에 두고 이 세계에 만연한 '자유무역'을 가로 막는 방해물들이 무엇인지 설파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공정 무역을 옹호하는 유럽 연합과 다국적 기업의 자본 침식을 막는 개별 국가의 고유 문화, 그리고 각국의 의회였다.
앤디는 특히 선거제도의 개혁을 통해 각국의 의회가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방법으로는 시민이 자신의 투표권을 파는 투표권 경매 시스템이 제시되었는데, 그 근거가 상당히 그럴싸 하다. 설명을 들어보자.
미국의 경우 기업은 정치인을 후원한다. 그 돈은 정치인의 홍보 대행업체를 통해 방송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방송국은 해당 정치인에 대한 정보를 유권자에게 제공한다. 유권자는 이 정보를 받아 투표를 하고 이렇게 당선된 정치인은 자신을 후원해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 전통적으로 군수 업체의 지원을 받은 공화당의 부시 부자가 대대적으로 전쟁을 일으켜 기업의 이익을 챙겨주는 것 처럼 말이다.
앤디의 투표권 경매는 이 단계를 좀 더 깔끔하게 만들자는 시도다. 시민이 투표권 경매 사이트에 자신의 투표권을 팔면 기업이 그것을 구매하여 자신이 원하는 정치인에게 투표를 한다. 짜잔! 복잡하게만 느껴지던 민주주의가 아주아주 깔끔해 진 것 같지 않나?
앤디는 자신의 정신나간 강의가 시작되면 성난 관중석으로부터 토마토와 계란 세례를 받을 뿐만 아니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오스트리아 경찰에 의해 구치소로 연행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강연이 끝날때까지 변란은 없었다. 사람들은 앤디의 말을 경청했고 강연을 마치고 내려오는 앤디에게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주었다.
잘츠부르크에서의 성공을 만끽하기도 전에 연거푸 강연 문의가 들어왔다. 앤디는 세계를 돌며 강연을 했고 심지어 세계적인 방송국의 TV 토론회에 참가해 WTO를 대변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앤디는 노예 제도를 옹호하거나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을 참수해야 한다는 등 반인륜적이고 몰상식한 주장을 되풀이 했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도, 어떤 지식인들도 앤디의 말에 반박을 하거나 그 정체를 의심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예스맨들은 부와 권력을 거머쥔 엘리트들이 얼마나 멍청한지, 또 그들이 지배하고 있는 이 세상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강연에 쏟아지는 박수 세례로 확인해 나갔다. 이건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였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모습을 보길 원했던 그들은 좀 더 파격적인 강연 내용으로 뉴욕주립대를 찾았다. 앤디는 그곳에서 '굶주림은 빈곤층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을 참게 만드는 특효약'이며 '외과 수술을 통해 빈곤층의 음식 섭취를 줄여야'하며 굶주림이 진정 문제라면 '똥을 정제하여 빈곤층의 식량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연은 대성공이었다. 학생들은 분노의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WTO를 KO 시키자!'는 구호를 흔들어댔다.
2002년 5월 21일, WTO 개발경제연구부의 '킨니스렁 스프라트'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회계사협회 오찬 강연에서 WTO가 전세계에 가난을 유포했으며 부자 나라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제 3세계를 유린해왔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에 WTO는 모든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새로운 무역 체계를 연구하는 단체로 다시 태어날 거라고 밝혔다. 킨니스렁 스프라트 박사가 강연을 마치자 오찬장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박수 갈채로 가득찼다. 킨니스렁 스프라트 박사, 아니 앤디 비클바움은 아직도 이 세계에 희망이 남아 있음을 느끼며 예스맨 프로젝트의 마지막 강연을 마쳤다.
<앤디 비클바움>
예스맨 프로젝트의 활약상을 쭉 보고나니 문득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패기 없이 살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입시에 매달리고 학점에 무릎 꿇고 기업에 머리를 조아려 하루하루 젊음을 소진하는 우리들은 과연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 걸까?
오늘날 이 땅의 젊은이들은 좋은 세상을 만드려는 노력보다는 이미 썩을대로 썩어버린 기존의 세계에 편입하기 위해 경주한다. 산더미처럼 쏟아지는 현실의 무게 아래선 오로지 한 방향을 향해 달릴 수 밖에 없으니까. 교활한 세상은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언제나 실패에 대한 협박과 공포로 우리들의 눈을 가려 버린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로부터 칭찬 받는일, 좋은 학교에 입학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 뭇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일, 이제 이런 일들은 너무나도 따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 따분한 레이스에 그레이트 빅 엿을 날리는 일은 한가지 뿐이다. 바로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를 듣자마자 뒤로 돌아 달리는 것.
예스맨 프로젝트는 이같은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큰 용기가 됐다. 때마침 2012년이 시작되는 지금, 올 한해는 더욱 더 미친놈이되서 이 세상에 큰 당혹감과 재미를 선사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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