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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을 읽고

WiredHusky 2012. 9. 30. 17:14




언제부터 프리젠테이션을 잘해야 성공하는 시대가 왔는지 모르겠다. 벤처 붐? 승진 전쟁? 돈! 돈! 더 많은 돈? 요즘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긴긴 이야기를 하염없이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핵심만 간단히! 현대인들이 얼마나 시간에 쫓기는지 알려주는 일화를 얘기해 줄게. 엘리베이터 피치. 오 마이 갓! 당신의 상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당신은 신규 사업 기획안을 아주 멋들어지게 끝내야 한다구.

세상엔 메시지가 넘쳐 나잖아. 똑같이 해선 기억에 남지 않아. 자극과 충격을 담은 헤드라인을 달아주자구. '장윤정, 노홍철과 결별이유 이상하더니 역시...' 역시 뭐? 하지만 이래야 사람들은 기사를 클릭해. 클릭을 해야 돈이 되지. 고상한척 하지 맙시다. 누군가 그랬지 외눈박이의 마을에선 두눈박이가 왕이라고. 천만에 외눈박이 마을에서, 두눈박이는 그저 장애인일 뿐이야. 진지한 이야기를 아주 오랫동안 무엇의 방해도 받지 않고 계속하고 싶다면, 정신병원을 찾아야 해. 그런 시대가 왔다고.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싶다. 이런 욕망을 가진 사람은 이미 자신의 메시지를 만든 사람들이다.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절대 다수일 때 우리는 사회는 건전한 토론과 밝은 철학으로 건강해 질 수 있다. 하지만 내보기에 이런 책을 찾는 절대 다수는 아직 자기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해야할 이야기도 없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잘 하는 법을 알아봤자 그건 그냥 휘리릭~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되겠지. 그러니 이 책을 보려는 사람들은 전부 생각해 봐야해.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그걸 왜 해야하는지. 진정성이란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이야기의 정수이며, 기억에 영원히 남을 이야기란 거의 예외없이 이 진정성을 통해 빚어지는 법이니까. 전략이니 포장이니 하는 것들은 그 다음 순서에 불과하다고. 그래서 난 이 리뷰의 제목 일부러 이렇게 지었어. '스틱!을 읽고'



사실 이 책은 매우 훌륭하다. 흔히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말하지 않나. 이 책엔 그런 내용이 없다. 스틱!은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6가지 법칙(단순성, 의외성, 구체성, 신뢰성, 감성, 스토리)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이름의 상투성으로 볼 때 이 책 또한 애매하고 모호한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을거라는 걱정이 앞설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스틱!은 애매함의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 수 많은 사례를 제시한다. 이 사례들만 따로 정리해 기억에 새겨둬도 얼마든지 훌륭한 카피라이터, 작가, 연설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위대한 점은 뭐니뭐니해도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책 한권을 읽는데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는지 아는가? 이 책은 거의 450페이지에 걸쳐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구석은 없다. 특히 주제를 떠나, 저자가 보여주는 문장력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 플라잉 니킥을 먹일 만큼 유려하고 재미있다. 세상 사람들의 30%만이라도 이 책의 저자만큼 자신의 법칙에 충실하다면, 이 세상이 이토록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p.s:

사람들은 오늘도 수 많은 말을 쏟아 내고 있다. 우리는 그 메시지들이 전부 

랑데뷰 홈런을 때리길 기대한다. 하지만 실력을 향상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해보고 해보고 또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이라면 때때로 심한 무기력이 되어 찾아오는 그

지루한 고통의 길에 익숙해 지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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