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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_더러운 리얼리즘 본문
이 책은 회색으로 가득하다. 어쩌면 누렇게 변색된 벽지 색인지도 모르겠다. 회색 세계에 낡은 집. 낡은 소파. 낡은 TV. 낡은 자동차. 거기에 낡은 사람이 있다. 그들은 대개 실직자거나 알콜 중독자거나 실직한 알콜 중독자들이다. 남루한 삶이 오래된 물때처럼 착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살다보면 내 인생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자문해 볼 때가 있다. 그럴때면 몰락이 의외로 급작스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몰락은 참을성 있게, 은근히, 끈질기게 동작한다. 몰락은 천천히 젖어들어 일상이 된다. 그래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것은 중독의 메커니즘을 공유한다.
몰락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그 몰락을 자각하는 것이다.
레이먼드 카버는 1977년 5월까지 알콜 중독자로 살았다. 그는 중독자 요양원에서 나온지 얼마 안돼 출판인 프레데릭 힐스를 만난다. 힐스는 카버의 책 하나를 페이퍼백으로 출간 할 계획과 함께 장편 하나를 쓸 경우 당장 오천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레이는 테이블을 떠나 화장실로 갔고, 거기서 울었다." 카버가 화장실에서 뭘 더 했는지는 모르지만 틀림없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이미 한참이나 진행된 몰락의 흔적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자기에게 아직 그 몰락을 멈춰 세울 능력이 있음을 확인했을 것이다(p. 324 일부 인용).
카버의 소설에 등장하는 실직자와 알콜 중독자와 실직한 알콜 중독자들 또한 종국에 가서는 자신의 몰락을 눈치채고 그 원인을 깨닫는다. 그렇다고 그들의 인생이 순식간에 솟구치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날개는 이제 막 추락을 멈춰 세웠을 뿐이기 때문이다. 추락의 깊이는 깊고도 깊어 구름 너머 빛의 세계까지는 아직 한참을 날아올라야 한다.
카버의 문장은 담담하다. 철저히 긁어 모은 감정은 양철 상자에 담겨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는 찬장 구석에 놓인다.
카버의 이야기는 지루하다. 솔직히 너무 지루하다. 뜨거운 여름날 먼지 낀 선풍기가 힘없이 돌아가는 이발소 같다. 사건이라 부를만한 것도 없다. 말했듯이, 몰락은 일상이다.
그런데 카버의 소설엔 감정과 사건이 없기에 오히려 그것들이 닿을 수 없는 뭔가를 보여준다. 그것은 진짜 삶이다. 돌이켜보면 진짜 삶에선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축구장을 만들고 전쟁을 일으키고 술을 만들어 억지로 스펙타클을 짜내는 것이다. 열광으로 가득한 이 거짓 세계에 구원은 없다. 구원은 오로지 구질구질한 현실에만 존재한다. 당신의 인생이 구질구질하다는 건, 역설적으로 당신이 진짜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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