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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_참 좋은 책 본문
스탠스가 불분명한 책이다. 작법 강의서인가 싶으면 수필 같고 수필인가 싶으면 작법 강의가 등장한다. 모르겠어. 그런데 돌이켜 보니 세상의 모든 작법서가 그렇구나.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가 대표적. 김연수도 스티븐 킹을 좋아한댔지.
띠지엔 "다정하고 위트 있는 통찰, 아름답고 정확한 문장" 이라고 씌여 있는데 아름답고 정확한 문장인지는 잘 모르겠고 위트는 확실히 없다. 다정한 건 알겠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이유도 알겠다. 그 아래엔 "읽고 쓰고 말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삶의 기적"이라는 문장이 있다. 이 말은 맞다. 불혹이 되어 과거를 돌아본 이 소설가의 삶은 확실히 읽고 쓰고 말하는 사이에 일어난 기적이다.
작년 9월께부터 아침에 한 시간 씩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무려 영어 공부를 포기하고. 힘들고 어렵고 짜증나고 피곤하고 실로 환장할 노릇이었는데 이 환장할 노릇을 강행한 이유는 "소설가가 되려면 소설을 쓰는 수"밖에 없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써지든 안 써지든, 좋든 나쁘든, 되든 안 되든 소설가가 되려면 써야 한다. 구상이 아니다. 마음가짐이 아니다. 쓰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나는 거울에 비친 상처럼 똑같은 생각을 이 산문에서 찾았다.
그렇게 재미도 없고(솔직히 작가의 유머 감각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일부러 톤을 조절한 게 아니라면) 그렇게 유용하지도 않은 이 책을 끝까지 진지하게 읽은 건 바로 이 동질감 때문이었다. 일종의 동료애. 글 쓰는 사람들끼리의 유대. 뜻이 맞는 친구를 만난 기쁨. 이른바 어부가 어부를 알아볼 때의 흐뭇함. 어디 등단도 안 한 나부랭이 찌끄래기가 큰 선배 소설가에게 동질감이니 동료애니 하는 게 같잖고 우습게 보이겠지. 하지만 된 놈이든 안 된 놈이든 쓰는 사람들은 어떤 끈으로 연결되 있음을 느낀다. 쓰기라는 과정이 너무 외롭고 고독한 길이여서 그럴지도 모른다. 수 십년간 홀로 사막을 건너는데 저 멀리서 희끗희끗 요상한 것이 나타나더니 잠시 후 명확한 형태를 갖추고 그것이 나 아닌 또 다른 사람이라는 걸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고된 여행길에선 누구나 쉽게 친구가 된다. 고독으로 새까매진 눈동자의 깊이를 헤아릴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 좋다. 참 좋다라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해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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