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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김연수 단편선 (2)
deadPXsociety
오랜 시간 김연수를 모른 척해왔다. 유명세에 비례해 손이 가지 않았고, 묘한 거부감이 있었다. 여성 작가의 글을 잘 읽지 못하는 편이다. 특히 풍부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수록 따라가기가 어렵다. 읽어본 적 없으면서도 김연수에게는 비슷한 결이 느껴졌다. 하루키스러운 제목도 불호 리스트에 올리는 데 한몫 거들었다. 라니. 세계의 끝에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는 와중에 몇 권의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장편 한 두 개, 단편 두어 개. 첫 장편을 읽었을 때, 확실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감성의 결은 비슷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다. 흥미롭고 매듭이 잘 지어져 있었으며 특히 훅하고 다가와 심장을 찌르는 펀치라인이 절묘했다. 와 . 평생 김연수의 책을 이렇게 짧..
때때로 세상은 온통 암흑으로 느껴진다. 한참을 허우적대다 쓰러지면 더 이상 일어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쓰러진 자리엔 어둠이 쌓여 담이 되고 가끔 스쳐가던 한 줌의 빛조차 막아버린다. 무게도, 냄새도, 색도 없고 만져지지도 않는 암흑이 짓누르는 무게에 온 몸은 깊이 가라앉는다. 육체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다. 그 한계를 깨달을 때마다 멈추고 주저앉는 시간은 끝 모를 불안을 만들어낸다. 불안에 빠지면 자신에게 이 시간의 한계를 뚫고 미래를 열어갈 능력이 있다는 걸 잊게 된다. 작가는 그 능력을 이렇게 말한다. 미래를 기억하기. 나의 시간은 유한하지만 우리의 시간은 무한하다. 내가 벽을 허물고 일어나 타인의 목소리를 품에 안고 내 목소리를 그에게 들려줄 때, 비로소 나는 우리가 되어 영원으로 이어진다.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