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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배속에서 부글거리는 기분 본문
<뭔가 배속에서 부글거리는 기분>은 읽는 이의 머릿속을 부글거리게 만든다. 주제와 문장이 너무 어려워 당신의 독해력을 평가하는 진정한 시험이 될 것이다. 덮지 않고 완주하면 독서 인생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기념으로 스스로에게 상을 부여해도 좋다. 이 책 이후론, 그 어떤 책도 당신의 독해력을 넘지 못할 것이다.
한편으로 이 평론가라는 사람들이 가진 지식의 방대함에 놀라게 된다. 도대체 얼마나 읽고 보고 듣는 걸까? 아무리 그게 직업이라지만 누구나 알만한 작품부터 심해의 미확인 희귀종 찾기 대회에서 우승할 것 같은 생소한 작품들까지 손대지 않는 것들이 없다. 매체도 출판(책, 만화), 영화, 웹툰, 공중파 드라마, 예능, OTT 오리지널들까지 경계가 없다 못해 사실상 온 우주의 콘텐츠를 전부 흡수한 것 같은 경험의 깊이를 보여준다.
그래서 글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걸까? 한 동네를 산 사람과 세계를 산 사람의 폭과 넓이는 단순한 양의 차이를 넘어 질적으로 달라질 테니까. 시야가 다르니 안 보이는 것이 보일 테고 안 보이는 것에 대한 서술이 안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어렵다 못해 황당하게까지 다가올 수 있다. 인류 최초로 세균을 발견한 과학자들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역시!
하지만, 평론이란 것도 결국 독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아는 사람들끼리 돌려 읽고 서로의 등을 쓰다듬으며 잘했다 잘했다 하고 말 게 아니라면, 솔직히 나는 왜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저자는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정식으로 등단한 평론가인데 이 바닥에선 이렇게 글을 쓰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 없는 모양이다. 문단은 정녕 독자를 떠나 자신만의 갈라파고스를 만들 생각인가!
<네 멋대로 해라>의 고다르는 자동차의 벡터에서 파국의 징후를 엿본다. 이는 문명의 운명에 대한 로셀리니의 근심을 자기식으로 확장, 번안한 장치다.(p. 85)
사실 이 정도는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읽는 것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다. 이 책에는 가독성을 낮추려 일부러 끼워 넣은 것 같은 수많은 사족(괄호를 치고 끊임없이 부가 설명을 적어 넣는다)과 함께 사전 지식이 없다면 도저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예컨대 위 인용문에서 로셀리니의 근심 같은), 전문용어(예컨대 르상티망, MTF 트랜스젠더, 논모노섹슈얼 같은)가 바늘비처럼 정수리를 강타한다.
맷집 하나는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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