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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가 작품이 될 때

WiredHusky 2022. 10. 9. 11:01

이 책의 제목 <태도가 작품이 될 때>는 1969년 스위스 쿤스트할레 베른에서 열렸던 전시 '태도가 형식이 될 때'에서 가져왔다. 이 전시는 전통적 개념의 예술 형식인 회화나 조각을 단정하게 보여주는 대신에, 비물질적이고 언어가 중심이 되는 작품들을 유기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선보였다.(p.7~8)

 

이 전시는 68혁명 직후에 열렸다.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반전, 평등, 해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다. 통제와 억압으로 상징되는 기존의 보수적 질서는 모두 거부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기존 체제와 규칙을 비판적으로 바라봤으며,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발버둥 쳤다.

 

예술계도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는 미술의 관습적인 틀을 거부하는 새로운 작품의 형식과 전시의 형태로 구현되었다. 쉽게 말해 보는 순간 이딴 게 예술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주 전시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얼음을 끌고 멕시코 시티의 길바닥을 걸어 다니거나 한 회에 한 명만 관람할 수 있는 연극 같은 것들. <태도가 작품이 될 때>는 이처럼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사회질서와 미술을 다르게 읽는 사람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같지도 않은 걸 예술이랍시고 펼쳐놓는 주접이 꼴 보기 싫은 사람이라면 부탁이니 한 발짝 가까이 다가와 유심이 봐주기 바란다. 예술이 이러저러한 형태여야 한다는 건 그 누구도 정하지 않은 일이고, 그 누구도 정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떠한 형식, 형태, 또는 행위가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성과 앞으로도 쭉 이어질 권리를 갖는 거라면, 우리는 노예제도와 가부장의 억압, 국가의 폭력이 당연시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고 여성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며, 경찰의 고문을 규탄하고, 머리를 기르고 짧은 치마를 입는 일들이 모두 비상식적이었다. 세상에 자유와 평화, 평등이 늘어나는 이유는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덕분이다. 그리고 그 비판의 최전선에는 우리가 개수작이라고 부르는 일들을 끈질기게 해내는 예술가들이 서 있다.

 

이 책은 이상하게만 보이는 현대 예술에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해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 낯선 모습에 의미라는 명찰을 붙여 우리로 하여금 가던 길을 멈추고 그들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 세계를 다시 해석할 기회를 부여한다. 재미있는 예술이 가득하고, 어렵지도 않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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