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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본문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의 김혼비와 <멋있으면 다 언니>의 황선우 작가가 편지를 주고받는다. 서로를 향한 연정을 아낌없이 드러내는데 아직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다 보니 초반엔 뚝딱뚝딱 서먹하다. 상견례 자리에서 처음 사돈을 마주한 분위기. 숨 막히는 침묵이 두려워 끝도 없이 덕담을 늘어놓는 기분이랄까?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말은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열심히 사는 사람을 전부 촌스러운 꼰대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온 힘을 다하는 마음이 혐오의 대상이 됐을까? 열심히 해도 무엇하나 이룰 수 없다는 좌절감이 온 세상을 뒤덮은 것 같이 숨이 막힌다. 곰곰이 들여다보면 최선을 다해 얻고자 하는 열매의 위치가 지나치게 높아진 게 원인인 듯한데... 서울숲 트리마제나 한남 나인원 아파트에 살고,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포르셰 카이엔을 몰며, 한 달에 두어 번은 인당 30만 원짜리 오마카세를, 분기에 한두 번은 해외여행을 가는 삶은 과거에도 지금도 심지어 미래에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현대인의 불행이 지나치게 벌어진 소득 불평등에서 시작한다는 걸 인정하지만, 그 뿌리를 키워 꽃을 피운 건 삶이라는 신앙에서 모든 가치를 말살하고 유일신이 되어버린 마몬(물신)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마몬의 것이 될 거라 정확히 예측했던 낙관주의자 마르크스는 그러나 그 마몬이 가진 태생적 모순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평등한 공산주의로 이행할 것이라 확신했다. 이 똑똑이가 한 말 중에 가장 유명한 걸 고르라면 아마 '종교가 인민의 아편'이라는 말일 것이다. 21세기엔 '인플루언서의 위로가 아편'이 됐다. 이 두 문장은 듣는 사람에게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충 살아도 괜찮다는 말, 뜨거울 필요 없다는 말, 쉬어가도 좋다는 말들은 불성실과 자기혐오, 나태와 패배감을 긍정하는 게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이 따뜻한 위로에 얼마나 뜨거운 노력이 있었을지는 생각하지 못한다. 유튜브를 만들고, 강연을 기획하고, 책을 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최선을 다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말이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초반의 어색함을 뒤로하고 한 자 한 자 묵묵히 나아가 상처받기 싫어 꽁꽁 싸매둔 뽁뽁이를 톡톡 터트리며 우리네 마음에 도착한다. 거대한 해일이 온몸을 덮치는 게 아니라 발 앞에서 찰랑대던 파도가 어느덧 발등을 적시며 촉촉이 스며든다. 두 작가가 들려주는 오직 '자기만의 생'을 듣고 있으면 두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문장은 독특하고, 유머가 넘치고, 삶에 대한 조용한 환희로 가득하다.
나는 이 책이 이 모든 아름다움을 절단당한 채 오로지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짤'로 남을 까 두렵다.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말은, 가진 힘을 모조리 쏟아낸 뒤 불현듯 찾아온 공허에 마음을 데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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