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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자 본문
<헌신자>는 2016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동조자>의 후속작이다. <동조자>는 박찬욱 감독이 HBO 드라마로 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동조자>는 읽지 못했지만 <헌신자>를 토대로 미루어 짐작컨대, 이 책엔 이른바 웨스턴 1 티어 국가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문장들로 가득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HBO의 드라마화에는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21세기 최악의 제국주의 국가에서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책이 영상화되다니. <현신자>는 제국이 쌓은 자산으로 자유를 얻은 프랑스 지식인들이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위선을 유머러스하게 까발리는데, 전작 소설의 드라마화는 이 책의 주요 테마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이 대목에서 미국이 진짜 대단한 건 이 부조리한 상황을 유려한 쇼비즈니스로 포장할 줄 안다는 점이다.
미국은 <동조자>에 퓰리처 상을 수여함으로써 출판계의 '쇼 미더 머니'에 응했고 발 빠른 재간둥이들이 읽지 않는 자들을 위해 화면을 마련했다. 자본주의는 자신에게 침을 뱉는 행위마저 상품으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 소름 돋을 정도로 무감각한 자동 생산 체계를 보고 있으면 우리에게 과연 자본주의를 극복할 방법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책의 배경은 1980년대의 파리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를 가진 '잡종 새끼' '나'는 CIA의 비밀요원이자 베트남 공산당에 소속된 스파이다. '나'는 공산당이었지만 스파이로서 남베트남 망명군에 침투에 있었기에 공산당에게 붙잡혀 이른바 재교육이라 불리는 무지막지한 고문을 당한다. 결국 '보트 피플'이 되어 베트남을 탈출한 '나'는 이곳저곳을 떠돌다 고국을 식민화했던 '아버지의 나라' 프랑스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나'는 마약상이 된다.
'나'는 위선적인 프랑스 지식인들에게 마치 보복이라도 하듯 마약을 판매한다. 그리고 그 자신도 서서히 중독되어 간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 보지만 '나'를 지배한 건 결국 돈의 맛이었다. 평범한 월급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고급 가죽 구두와 일제 카메라를 목에 걸고, 일본인 관광객으로 위장한 마약상은 질주하는 돈의 경주에 합류해 스릴을 즐긴다. '나'는 생물학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삶에서도 이중으로 분열한다.
<헌신자>의 문장은 마음이 아플 정도로 아름답다. '나'의 자조 섞인 유머와 폐부를 찌르는 촌철은 진정 우아하고 정확하게 이 세계의 부조리를 드러낸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 비엣 타인 응우옌 또한 '나'와 같은 이중의 어둠에 갇혀 분열하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계의 각성을 촉구하는 사람이, 자기 책을 엄청나게 팔아 자신이 극복하려는 세계의 발전에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기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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