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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본문
가난을 겪는 사람의 삶에서 공동체의 질서와 문화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생존은 생존 외에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도록 강한 압력을 행사한다. 가난한 사람은 더 우악스럽게 보인다. 무식해 보인다. 표정은 언제나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잘못 건드렸다간 칼부림이 날 것 같다. 가난은 좁은 시야를 만든다. 총체적 사고를 베어내고 절박을 심는다. 그래서 사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잘 작동한다. '저러니까 가난하게 살지'는 대부분 틀린 말이다. '가난해서 저렇게 사는 것이다.'
우리 가족이 커다란 사기를 여러 번 맞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첫 번째 사기로 집을 잃었을 때 '길바닥에 나앉는다는 것'이 진짜 무엇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가난한 가족이 왜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지도 알게 됐다. 어떻게 해서든 위기를 수습하고 싶었다. 그 절박함이 우리를 두 번째 사기로 이끌었다. 사정이 딱해 싸게 집을 내준다는 상투적 낚시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멍청하게, 구명줄로 생각한 것이다.
가난은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이동시키는 디버프도 시전 한다. 돈 때문에 문제를 겪는 가정은 그 문제가 대부분 일가친척과 친구들에게 옮겨 간다. 재수가 옴 붙듯이. 집안이 풍비박산 난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않고 밥을 굶고 비행에 빠지지만 그걸 돌봐줄 어른은 어디에도 없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이미 원수보다 못한 사이가 됐기 때문이다.
정책과 금융서비스는 애초에 그들 편을 떠났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기 때문에 대출이 안 된다. 되도 더 비싼 이자를 치러야 한다.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기 때문에 비싼 월세를 내야 한다. 다양한 지원 정책이 존재하지만 정보는 머나먼 정글이다. 누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관심을 기울일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빈곤의 원인과 영향을 청소년의 삶에 맞춰 밀착 분석한다.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인터뷰가 상세히 실리고 그 뒤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학술적 차원에서 이뤄진다. 이 균형이 가난한 삶의 이야기를 단순한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걸 막아준다.
빈곤은 찰나에 파고들어 영원히 뿌리내린다. 그 개미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작은 관심과 도움. 아주 작은 관심, 작은 도움이라도 빈곤이 끌고 들어가는 파멸의 추락을 늦출 수 있다. 이거 해준다고 뭐가 되겠어? 해줘도 다시 돌아가잖아!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건 그들이 약해서가 아니다. 게을러서도 아니다. 빈곤이 그만큼 파괴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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