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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redHusky 2024. 6. 16. 09:12

마키아벨리언의 책이다. 시원하고 호쾌하다.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보다는 인간 세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미지가 세상을 지배하는데 왜 이미지와 싸워야 하는가? 따라야 한다. 이용해야 한다. 성공을 하려면 이데아에 모신 절대윤리를 사람들에게 가르칠 게 아니라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게 '옳다'는 게 아니다. 세상이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것이다.

 

심장에 찔린 듯 날카로운 문장을 하나 소개한다.

 

사람들은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참지 못한다.(p. 40)

 

환경운동가나 각종 공익 캠페인을 벌이는 사람들은 이 문장을 손바닥에 적어놓고 틈날 때마다 읽어야 한다. 기후 위기가 심각하니 정부가 차량 5부제를 시행한다고 하자. 아마 이 정부는 다음 선거에서 대패할 것이다. 사람들은 망가지는 지구에 대해선, 그게 사라지면 자신의 존재 자체가 존속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그저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뿐이지만 자신이 감수해야 할 불편에는 치를 떤다.

 

실리콘 벨리에서 프리우스와 테슬라가 대인기를 끌었던 것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전기차를 몰면서 쿨하고, 진보적이고, 심지어 더 윤리적이라는 '이미지'를 얻어갔다. 전기차가 대의를 강조하는 상품이었다면 아마 오늘날의 테슬라는 없었을 것이다. 테슬라는 우리 내면의 욕망과 허영을 완벽하게 이해한 기업이다.

 

 

 

살면서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세상 많은 일은 운이며 그 운에는 겉보기가 쓸데없이 중요하다는 것이다.(p. 7)

 

쓸데없이 중요한 것이 지금까지 살아남아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면 그건 더 이상 '쓸데없'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게 진짜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때 카카오는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업이었다. 문자 메시지의 시대, 한 건에 30원이나 하던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카톡의 등장으로 거의 0원이 됐다. 사람들은 거기서 연락을 하고, 업무를 보고, 선물을 주고, 송금을 한다. 생활의 모든 편의가 단 한 개의 앱에서 제공됐다. 수익성 측면에선 최전성기를 누리는 지금도 네이버보다 작은 회사지만, 사람들은 카카오를 더 큰 기업으로 생각했다. 거의 대부분의 인간세계에서 더 크다는 건, 더 좋다는 걸 의미한다.

 

카카오는 정보 부족과 인간의 몰이해 그리고 환상이 만든 신기루였다. IDC 화재로 실질적인 불편을 겪자 신기루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편의를 제공하던 시민의 친구 카카오는 어느새 국민의 선택을 억압하는 독재자가 되어버렸다.

 

이게 바로 세상이다. 보여주기는, 거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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